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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화웨이의 무서운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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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찾은 중국 광둥성 둥관에 있는 화웨이의 옥스혼 연구개발(R&D) 단지. 서울 여의도 면적의 절반 수준인 180만㎡(약 55만 평), 트램 3개 노선이 운행될 정도로 거대한 이 캠퍼스엔 화웨이의 S급 엔지니어 2만5000명이 근무한다. 젊은 중국인 인재들은 이 캠퍼스에 입성하기 위해 베이징과 상하이의 명문 공대, 멀게는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에서 밤새워 공부한다.

화웨이 R&D 캠퍼스가 ‘선망의 대상’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선 화웨이의 기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첫손에 꼽는다. 화웨이는 지난해 R&D에 전체 매출(7042억위안)의 23.4%인 1647억위안(약 31조4033억원)을 투입했다. R&D 투자액과 비중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이다. 화웨이 직원들은 ‘돈 걱정’ 없이 언제, 어디서나 하고 싶은 프로젝트에 몰입할 수 있다.

엔지니어에 대한 대우도 최고 수준이다. 35도에 육박하는 중국 남부의 폭염에도 화웨이의 R&D 시설에선 다들 얇은 겉옷을 걸친다. 월 38만원만 내면 중국에서 집값 비싸기로 유명한 둥관의 고급 아파트에서 살 수 있고, 3년 이상 일하면 시세의 20% 수준에 아파트를 구매할 수 있는 기회도 준다. 그러니 성과는 저절로 따라온다. 최근 열린 이동통신 전시회 ‘MWC 상하이 2024’에서 저전력 데이터센터 솔루션을 내놓고 테슬라 뺨치는 AI 자율주행 기술을 과시한 게 대표적이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 중국의 ‘애국 소비’ 등 성장 배경에 뒷말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결과적으로 지금 화웨이가 ‘글로벌 테크 기업’의 위상을 갖췄다는 건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시장에선 지금의 화웨이에 대해 ‘2000년대 후반, 2010년대 초반의 삼성전자가 떠오른다’는 말이 나온다. 갤럭시를 앞세워 애플을 떨게 하고, 메모리반도체로 세계를 제패한 삼성전자의 전성기를 닮았다는 얘기다. 화웨이 내부엔 ‘세계 1위 한 번 해보자’는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고 한다.

화웨이가 한때 동경의 대상으로 삼은 삼성전자는 어떨까. 화웨이와는 많은 면이 다르다. 확실한 미래 사업은 보이지 않고 강성 노조의 준동에 직원들은 갈 곳을 잃었다.

전 세계에 정보기술(IT) 제국을 건설했던 노키아는 10년 전 삼성전자의 부상과 동시에 쇠락의 길을 걸었다. 현실에 안주하고 새로운 도전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산업계에선 지금의 삼성전자에 대해 ‘넥스트 노키아’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숱한 위기를 돌파하며 신화를 써온 삼성이다. 모두의 걱정이 ‘기우’가 될 수 있게 다시 삼성전자가 뛰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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