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한은행이 개인금융 업무에 집중하는 ‘리테일(소매) 중심 영업점’을 확대한다. 모바일 뱅킹 등 비대면 거래 증가로 영업점이 줄어들면서 불편을 느끼는 개인고객을 겨냥한 조치다. 지난해 2월 취임 이후 ‘고객 몰입’을 주문해온 정상혁 신한은행장(사진)이 고객 중심 영업 강화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기 줄고 예수금 늘어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 4월부터 개인고객이 많은 서울 군자역지점과 동대문종합시장지점, 이대역지점 등 세 개 지점에서 리테일 중심 영업점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이들 영업점에선 예·적금과 투자 상품, 방카슈랑스 등 자산관리 업무를 주로 취급한다. 고객 상담에 집중하기 위해 거래·상담 공간을 분리했다. 거래 공간엔 화상 상담이 가능한 디지털데스크와 스마트키오스크는 물론 안내 직원까지 배치해 입출금 등 단순 업무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전산 업무도 대부분 디지털 여신센터를 통해 진행한다. 개인고객 우선 상담을 위해 기업 등 법인고객은 인근 금융센터에 이관했다.
리테일 중심 영업점은 두 달여간의 시범 운영 결과 합격점을 받았다. 3개 영업점 모두 60대 이상 고령층 내점 비율이 절반(47.3%)에 가깝지만 디지털데스크와 스마트키오스크의 하루평균 이용 건수가 31.6건에서 68.3건으로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입출금 창구 고객 대기 시간은 하루평균 13.1분에서 8.1분으로 40% 가까이 줄었다. 고객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하루평균 정기예금 가입액은 6억4860만원에서 6억6450만원으로 2.5%가량 늘었다. 신한은행은 리테일 중심 영업점이 고령층 고객의 디지털 경험 확대에 기여하고, 예수금 확보에도 효과가 있다고 판단해 하반기에 5개 지점을 추가 개설할 방침이다.
○고객 눈높이 영업망·조직

신한은행이 고객 중심 영업점에 이어 리테일 중심 영업점 운영에 나선 것은 정 행장의 고객 몰입 경영철학과 맞닿아 있다. 신한은행의 대표적 영업통인 그는 지점장 및 센터장(서울 둔촌동, 삼성동, 역삼역 금융센터, 성수동 기업금융센터)을 네 차례나 지냈고 고객만족센터장과 소비자보호센터장을 역임했다. 회의 때마다 “고객에게 몰입하면서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정 행장의 고객 몰입 경영은 재무적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신한은행은 올해 1분기 928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리딩뱅크’(은행권 순이익 1위)에 올랐다. 그가 주도한 조직 개편이 기업대출 자산 확대로 이어지면서다. 신한은행은 작년 말 조직 개편을 통해 개인·기업 중심 사업부제를 없애고 고객솔루션그룹을 출범시켰다. 개인·기업을 막론하고 데이터에 기반한 고객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영업 몰입도를 높인 신한은행의 1분기 기업대출 증가액(6조3343억원)은 4대 은행 중 1위였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