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와 리더의 차이를 되새겨봅니다. 누군가 끌고 있는 수레에 올라타 방향을 지시하면 보스, 맨 앞에서 수레를 함께 끌며 방향을 알려주면 리더라고 합니다. 보스의 대표적 키워드로 ‘권위’를 꼽는다면, 리더는 ‘혁신과 소통’이 아닐까요.
문득 2명의 스포츠 리더가 떠오릅니다. 지난 2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직에서 물러난 위르겐 클린스만과 최근 JTBC 〈최강야구〉라는 프로그램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는 김성근 감독입니다. 물론 스포츠 리더와 기업의 경영자는 달라도 많이 다릅니다. 하지만 조직을 이끌며 지속적으로 성과를 내야 하고, 그 책임을 온전히 져야 한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할 것입니다.
클린스만 감독은 화려한 선수 시절을 보냈습니다. 독일 올해의 축구 선수상(1994), FIFA 올해의 선수 3위(1995) 등 레전드급 축구선수로 알려져 있죠. 하지만 축구감독의 길을 걸은 뒤에는 예전의 명성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전술 없는 감독’, ‘재택근무 논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임 표명’ 등 이런저런 비난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특히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기간 선수 간 물리적 충돌과 관련해 “그 싸움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우리는 요르단을 이겼을 것”, “한국 문화에선 누군가가 책임지고 비판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등 자신보다는 선수들에게 패배의 책임을 미뤄 큰 실망감을 주었습니다.
김성근 감독의 경우 상대적으로 선수 시절 명성은 화려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OB, 태평양, 삼성, 쌍방울, LG, SK, 한화 등 프로구단 7곳의 감독을 맡는 등 지도자로서 더 긴 세월을 보냈습니다. SK 감독 시절에는 ‘야신’(야구의 신)이라는 평가를 듣기도 했지만, 수식어처럼 따라붙은 승부 집착, 선수 혹사 논란은 그에 대한 평가를 상반되게 했습니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에게 혹사당했다는 선수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저었습니다. 한 선수는 “하루에 스윙을 7000개까지 한 적도 있고, 배팅만 9시간 동안 한 적도 있다. 모두 과한 훈련이었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님은 내 인생의 은인 같은 분이고, 인생에서 터닝포인트였다. 포기하지 않는 삶을 만들어주신 분이다”라고 회고했죠. 김 감독은 저서 〈리더는 사람을 버리지 않는다〉에서 “쓸모없는 사람은 없다. 다만 이를 알아보지 못하는 리더만 있을 뿐이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리더십에 대한 정답은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신뢰’를 잃은 리더와 그의 조직에 ‘희망찬 미래’를 기대하기란 힘들 것입니다.
〈한경ESG〉는 7월 창간 3주년 기념호에서 커버 스토리로 ‘대한민국 베스트 ESG 리더 10’을 다뤘습니다. ESG 경영과 투자는 아직 가야 할 길이 험난하고 불투명합니다. 무엇보다 선명한 리더십이 필요한 순간이죠.
이에 〈한경 ESG〉는 ESG 경영과 투자의 길을 당당하게 이끌어가는 대한민국의 대표 리더를 선정해 소개하고,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기업의 미래를 제시하고자 합니다.
한용섭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