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 자영업자 등 취약층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금융시스템의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됐다. 자영업자와 기업 대출 연체율이 급등하면서 저축은행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을 중심으로 자산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가 연기되면서 가계대출이 반등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26일 한국은행은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분석을 내놨다. 한은에 따르면 자영업 취약 차주의 대출 연체율은 올 1분기 말 10.21%로 전분기 9.19%에서 1.02%포인트 상승했다. 2022년 말(5.27%)에 비해서는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
취약 차주는 저소득(하위 30%)·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이면서 예금취급기관 여러 곳에 빚이 있는 다중 채무자를 의미한다. 이들의 채무는 부실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여겨진다.
전체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은 2022년 2분기 말 0.5%에서 올해 1분기 말 1.52%로 상승했다. 서평석 한은 금융안정기획부장은 “금융시스템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 중 하나가 자영업자”라며 “현재 연체율 수준이 아주 높지는 않지만, 상승 속도가 빠른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한은은 부동산 PF에 대해서도 “금융시스템의 주요 리스크 요인 중 하나”라고 진단했다. “PF 대출 연체율이 2021년 이후 계속 상승하고 있고, 브리지론과 본PF 대출 모두 질적으로 악화했다”는 설명이다. 한은은 대출과 보증 등 PF 관련 위험노출액을 230조원 규모로 추산했다.
예금취급기관 중에선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 비은행의 위험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 1분기 말 비은행권의 기업 대출 연체율은 5.96%로 전분기 말 대비 1.91%포인트 높아졌다. 은행권의 연체율(0.48%)에 비해 10배가 넘는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의 전체 대출 연체율은 각각 8.8%, 5.1%를 나타냈다.
한은이 기관별 스트레스 테스트를 한 결과 거시경제 충격이 발생할 경우 취약 저축은행의 기업 대출 고정이하여신(회수에 문제가 생긴 여신) 비율이 14%에서 최고 26.5%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날 금융안정보고서 설명회에선 전날 금융당국이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 시점을 두 달 연기한 것과 관련한 질문이 쏟아졌다. 가계부채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에 이종렬 한은 부총재보는 “취약 부문 채무상환 부담, PF 부실 위험을 걱정한 조치로 이해한다”며 “(이번 연기 조치로) 가계부채 관리 의도가 변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장정수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가계부채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필요하다면 스트레스 DSR과 별개로 DSR 적용 대상을 전세자금 대출, 중도금 대출 등으로 확대하는 수단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 관계자는 “DSR 적용 대상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맞으나, 서민과 취약차주에 미치는 영향을 균형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위 내부적으로는 내수 부진 등을 고려할 때 올해 확대 적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강진규/강현우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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