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서 외국인과 기관투자가가 현대차와 기아 등 자동차주(株)를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올 하반기 긍정적 실적 전망이 나오고 있는 데다, 최근 달러화 강세의 수혜 기업이라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올 3분기에는 중장기 주주환원책 발표도 예고돼 있어 향후 추가적인 주가 상승도 기대해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 투자자는 이달 들어 현대차 주식을 1820억원어치 순매수해 가장 많이 산 종목 1위에 올랐다. 반면 SK하이닉스 주식은 6630억원어치 순매도해 가장 많이 팔았다.
외국인 투자자도 이 기간 현대차와 기아 주식을 각각 1876억원어치와 2940억원어치 사들여 반도체 기업(삼성전자, SK하이닉스)을 제외하고 가장 많이 사들였다. 같은 기간 개인이 현대차와 기아 주식을 각각 3584억원과 2633억원 순매도한 것과 대조적이다.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의 동반 매수세에 주가도 사상 최고가 수준에 올라섰다. 전날 현대차는 직전 거래일 대비 1000원(0.36%) 오른 28만1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19일에는 주가가 28만6500원까지 올라 30만원대를 타진하기도 했다. 장중 한때 29만원에 올라서기도 해 2021년 1월11일 기록한 역대 최고가(28만9000원)를 3년5개월여 만에 경신했다.
기아도 마찬가지다. 기아는 전날 400원(0.31%) 오른 12만8300원에 장을 마쳤다. 기아도 지난 19일 주가가 13만2300원까지 올랐고 장중에는 13만3900원까지 치솟으면서 1997년 8월(14만481원) 이후 27년 만에 최고가를 경신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연초부터 정부의 기업 밸류업 지원계획 수혜에 대한 기대감, 올 하반기 실적 개선 흐름에 힘입어 상승세를 이어왔다. 최근에는 현대차 인도법인의 현지 증시 상장 계획에다 올 하반기 주주환원정책 발표까지 예상돼 투자심리가 자극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 인도법인이 30억달러(약 4조1670억원) 규모의 기업공개에 성공하면 인도 IPO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매출 기준 인도에서 마루티스즈키 인디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자동차 회사다. IPO에 성공하면 현지 지배력이 확대되면서 가장 뜨고 있는 시장을 잡게 돼 기업가치가 오를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예상이다.
긍정적인 실적과 주주환원책도 기대된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의 2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3개월 전 3조8611억원에서 현재 4조317억원으로 200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기아는 같은 기간 3조236억원에서 3조5757억원으로 5000억원 넘게 늘었다.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강력한 2분기 실적 전망이 최근 주가 상승의 모멘텀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2분기는 현대차 최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 사이클이 집중돼 있는데 미국 싼타페, 국내 팰리세이드 생산이 급증 추세로 수익성 개선의 핵심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초 현대차는 연간 배당 성향을 25% 이상으로 높이고 자사주 1%를 소각하는 주주환원책을 제시했다. 이르면 8월 열리는 '현대차 CEO 인베스터데이'에선 이를 보다 강화한 중장기 주주환원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인도 법인 IPO로 유입된 현금을 바탕으로 미래차 투자와 특별 주주환원 정책이 기대된다"며 "향후 3년간 현대차의 총주주환원율은 30~33%에 이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