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이 한 달 앞(7월 19일)으로 다가온 가운데 투자자 보호 수준이 턱없이 미흡하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가상자산법 시행으로 유사시 투자자는 예치금 반환을 보장받지만, 거래소 지갑에 넣어둔 코인 회수는 여전히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거래소가 은행 등에 안전하게 보관해야 할 대상에 예치금만 포함하고 코인은 누락한 상태로 입법됐기 때문이다. 거래소 도산 시 채권자들이 가상자산에 먼저 채권을 행사하면 투자자의 재산권 행사는 결정적으로 제약받을 수밖에 없다.
가상자산의 법적 지위가 불완전한 탓에 완전한 보호장치 마련이 어렵다는 게 금융당국 설명이다. 금융상품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개인이 책임 투자해야 한다는 설명은 일견 일리가 있다. 가상자산의 용도가 불분명한 데다 운명이 한국은행의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실험 결과와 연계된 만큼 신중한 접근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코인이 등장한 지 10년이 넘도록 불완전한 법적 지위를 전가의 보도처럼 앞세우며 모든 문제를 회피하고 정당화할 수는 없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작년 말 기준 시가총액 44조원, 거래액 649조원에 달하는 거대한 시장이다. 내년부터는 과세도 예정된 만큼 ‘이용자보호법’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보호 조치로 혼탁한 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 미국은 비트코인을 투자자산으로 인정하고 제도권 금융에 편입했다. 캐나다 독일 브라질 호주 등도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발행을 승인하며 잰걸음이다. 한국은 법적 지위 문제를 들어 유보적인 행정으로 일관하는 사이 돈세탁·사기·시세조종만 기승을 부리고 있다.
미래 산업인 블록체인 생태계의 최전선에 있는 가상자산 시장에 예측 가능한 질서를 구축하는 일은 시간을 기다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금융당국에 가상자산과가 신설됐고 금융정보분석원(FIU) 산하 가상자산검사과의 존속기한도 연장됐다. 인력과 조직이 보강된 만큼 모호한 법적 지위를 적극 검토해 투자자 보호 후속 입법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물론 투자자와 거래소도 당국 탓만 늘어놓지 말고 자정 노력으로 최소한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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