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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프리즘] 저평가 해소, 정책 밸류업이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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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에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달 27일 KB금융을 시작으로 DB하이텍, 콜마홀딩스, 우리금융이 밸류업 안내 공시를 냈다. 키움증권, 에프앤가이드는 구체적인 기업가치 제고 계획까지 공시했다. 키움증권은 자기자본이익률(ROE) 15%, 주주환원율 30%,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이상이란 ‘3개년 중기 목표’를 제시했다.

한국거래소는 밸류업 우수기업으로 구성된 지수를 개발해 올해 안에 상장지수펀드(ETF)를 상장할 계획이다. 정부는 법인세·배당소득세 경감, 상속세 부담 완화 등 구체적인 세제 지원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1월 민생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들이다. 이런 밸류업 기대 속에 외국인은 올해 22조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 덕에 코스피지수는 지난 21일 2년5개월여 만에 2800선을 회복했다.

하지만 최근 정부와 정치권의 행태는 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한 것인지 의문을 갖게 한다. 한국전력은 지난 21일 3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하겠다고 발표했다. 작년 3분기부터 다섯 분기 연속 동결이다. 여름철 냉방비가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정부 압박에 마지못해 내린 결정이다. 이날 한전 주가는 4% 넘게 급락했다. 앞서 한전은 2021~2023년 43조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정부의 가격 통제로 전기료를 올리지 못한 탓이다. 수십조원 적자를 보는 기업에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한전 주가는 2022년 10월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이후 최저치로 곤두박질쳤다. 여전히 2020년 말 대비 30%가량 낮은 수준이다. 2022년 똑같이 대규모 적자를 낸 뒤 전기요금을 올린 일본 도쿄전력과는 정반대 주가 흐름이다. 도쿄전력은 이 기간 3배 이상 급등했다. 국내 금융사·통신사 주가도 정부 가격 통제로 지지부진하긴 마찬가지다.

작년 11월부터 7개월째 이어진 공매도 금지도 증시 규제의 후진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불법 공매도를 이유로 거래 자체를 금지한 것도 문제인데, 지난 13일엔 재개 시점을 내년 3월 말로 또다시 연기했다. 불법 공매도 처벌을 강화하기로 한 만큼 거래는 재개하고 금융당국이 제대로 감시하면 될 일이다. 심지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공매도 일부 재개를 언급했다가 ‘개인 욕심’이라며 말을 주워 담았다. 공매도를 금지했다고 해서 주가가 더 오른 것도 아니다. 지난 7개월여간 코스피지수는 17% 상승했다. 미국 나스닥지수(30%), 일본 닛케이225지수(22%) 상승률에 크게 못 미친다. 오히려 악영향만 끼쳤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지난 20일 공매도 금지를 이유로 한국 증시의 선진국지수 편입을 불허했다. 한국이 선진국지수에 들어갈 경우 약 460억~560억달러의 자금이 유입될 것(골드만삭스)이란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금융투자소득세 시행과 관련한 거대 야당의 독주도 증시에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정부·여당은 폐지 입장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부자 감세’라며 강행할 태세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에 따르면 전체 투자자의 1% 정도인 금투세 대상자들은 최소 150조원을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금투세를 피하기 위해 이들이 자금을 해외에 투자할 경우 국내 증시는 수급 악화에 시달릴 게 분명하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정부와 정치권은 과도한 시장 개입을 중단하고 금투세 폐지·공매도 재개에 하루빨리 나서야 한다. 증시 정책 선진화가 뒷받침되지 않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사상누각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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