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열풍으로 AI PC 시장이 확대되면서 탠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자가 적용된 패널이 OLED 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태블릿, 노트북 등에 들어가는 탠덤 OLED는 발광층을 기존보다 한 층을 더 쌓아 2개 층으로 만든 차세대 제품이다. ‘OLED 업계의 HBM(고대역폭메모리)’으로도 불리는 이 시장이 앞으로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의 ‘효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탠덤 OLED는 빛을 내는 발광층을 2개 층으로 쌓으면서도 1개층 제품과 같은 두께로 만든 제품이다. 1개층 제품보다 밝기(휘도)와 수명을 3배, 소비전력은 30% 이상 개선한 게 특징이다. 발광층과 디스플레이를 작동하는 구동층을 안정적으로 배열하는게 기술력의 핵심이다. 난도가 높아 기술 개발에 성공한 기업은 한국의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뿐이다. 고장없이 오랜 기간 써야되는 차량, 태블릿, 노트북 등에 주로 쓰인다.
탠덤 OLED 시장이 본격화된 건 애플이 올해 출시한 M4 아이패드 프로에 처음 적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애플은 아이패드 프로에 2개 층을 쌓은 '투 스택 탠덤 OLED'를 적용하면서 "탠덤 OLED로 2개층에서 나오는 빛을 결합해 뛰어난 밝기를 지원하는 첨단 디스플레이를 개발했다"고 강조했다.
애플의 올해 아이패드 출하량은 당초 예상치였던 500만대 수준보다 2배 가까이 많은 900만대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삼성, LG도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AI PC의 등장도 호재다. 신형 AI 노트북엔 탠덤 OLED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탠덤 OLED 출하량은 올해 810만대에서 2031년엔 7181만대까지 증가해 연평균 31%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시장 규모는 3조4000억원(25억 달러)에서 13조7000억원(99억달러)으로 4배 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탠덤 OLED는 중국의 추격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차세대 먹거리로 평가된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OLED 분야에서 중국의 추격이 거세지만 아직 탠덤 OELD 기술 개발엔 성공하지 못했다"며 "국내 기업들이 이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려 중국과 격차를 벌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과 LG의 경쟁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LG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 시장에서 밀리면서 지난해 2조5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에 따라 LG디스플레이 경영진은 역전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매출도 삼성과 LG가 지난해 각각 30조9500억원, 21조3300억원을 기록했다.
LG디스플레이는 2019년 세계 최초로 탠덤 OLED 상용화에 성공했다. 최근 업계 최초로 노트북용 OLED 개발에 성공한데 이어 3세대 탠덤 OLED 개발에도 착수했다. 삼성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삼성은 탠덤 OLED 양산 초반 수율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애플에 대한 납품 풀량을 다시 늘려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엔 중소형 OLED 분야 기술 인력도 대거 보강해 기술력을 강화하고 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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