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총 15조원 규모의 중견기업 금융지원 프로그램이 발표됐다. 대출 확대, 금리 인하, 펀드 조성 등 맞춤형 프로그램이 빼곡했다. 6월에는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원활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범정부 차원의 ‘기업 성장사다리 구축방안’이 제출됐다.
많은 중견기업 대표가 반가운 일이라고 전해왔는데, 지원 내용은 물론 중견기업이 정책 고객으로 분명히 인정받는 점이 보람찼고 뿌듯했다. 현장의 절실함을 담아 다소간 아쉬움을 말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정부에서 보낸 30년, 후배들이 얼마나 헌신했을지 안 봐도 선하다.
정책 수립과 집행의 주체는 정부다. 개발연대의 ‘국가주도형 경제성장’이라는 표현에서 보듯, 과거에는 ‘국가’ 자체로 오해될 만큼 정부는 강력했다. 관료가 정책을 추진하면 시장은 따랐다. 정부가 부르면 기업이 달려왔는데, 이견을 제시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온갖 허가와 승인은 기업의 존폐를 좌우했고, 관료의 위상은 압도적이었다.
자연스럽게 ‘선진국 대열’로 언급되는 지금, 상황은 변했다. 민주화와 세계화의 격랑을 관통하면서 한껏 증대된 민간의 자율성은 제반 부문의 눈부신 발전을 이끌었다. 미래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첨단을 지향하는 기업의 생존원리가 주된 동력이었음은 물론이다. 요컨대 시장의 이해와 공감이 정책 성공의 기본 조건인 시대다. 정부의 접근법도 예전과 다르다. 권위를 내세울 수 없고, 힘도 이전만 못 하다. 국민정서법이 무서운 데다, 타당성을 갖춘 결정에 대해 사후에 책임을 묻는 경우도 늘고 있다. 입법부의 호통도 큰 부담이다. 민주주의의 심화라고 이해되지만, 사명감으로 일하는 관료들에게는 힘든 여건이기도 할 터다.
운동회의 클라이맥스는 단연 계주지만, 구경하는 맛은 2인3각이 최고다. 코믹한 모습이 연출된다고 우습게만 볼 수 없다. 동시 출발, 보폭과 속도 조절 등 난도가 상당하다. 체구가 비슷하면 좀 낫지만, 자기 발만 내려다보면 같이 뒹굴기 일쑤다.
정부와 민간은 내일을 향해 달리는 2인3각의 영원한 동반자다. 국부 창출의 핵심이 기업이고 국가 발전의 선장이 정부라면, 더 나은 미래를 지향하는 측면에서 둘의 목표의식은 깊고 넓게 공명한다. 반환점을 넘어 결승선까지 길게 호흡을 맞춰야 한다. 경제, 외교, 안보 등 정부가 훨씬 체격이 크니까 기업이 넘어지지 않도록, 다른 조와 부딪히지 않게 구령을 붙이면서 팔을 꼭 붙들면 어떨까. 잰걸음에 영리한 기업은 빠른 스텝을 연구하고, 이후 원정 경기에 필요한 체력을 기르면 좋겠다.
공직 시절 기업을 응원했던 것처럼, 다시 뛰자는 다짐과 함께 정부도 파이팅하시라 외쳐본다. 결국 우리 모두를 향한, 더 멀리 나아가자는 간절한 요청이자 진심 어린 격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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