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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칼럼] 최저임금제의 괴로운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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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들의 최저임금에 관한 견해를 조사했다. 실제로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종업원에게 지급하는 기업들이 대상이었는데, 58.8%가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2.9%는 올해보다 낮춰야 한다고 밝혔다. ‘올해의 최저임금 9860원이 기업 경영에 짐이 되느냐’는 물음엔 80.3%가 ‘그렇다’고 답했다. 작은 기업일수록 최저임금이 짐이 돼서, 연 매출 10억원 미만의 기업들은 87.0%가 ‘그렇다’고 답했다.

어느 사회에나 사람들의 직관에는 맞지만 실제로는 이치가 닿지 않아 사회에 해로운 관행과 정책이 많다. 그런 것들은 흔히 민중주의(populism)라고 불린다. 민중주의 정책들은 예외 없이 가난한 사람을 돕는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그리고 거의 언제나 그 정책을 통해 도우려 한다는 가난한 사람들을 괴롭힌다. 그 점에서 최저임금제는 민중주의 제도 가운데서도 유난히 해롭다. 그것은 가장 가난한 사람들을 골라서 괴롭힌다. 안타깝게도, 그들의 희생은 눈에 잘 뜨이지 않아서 대처하기 힘들다.

최저임금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것이 노동자의 소득을 올릴 뿐 일자리는 줄이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단 최저임금의 상승은 완만해야 한다는 단서를 단다. 이 주장은 이치에 닿지 않는다. ‘임금이 오르면, 일자리는 줄어든다’는 경제학의 정설이 자의적으로 정해진 최저임금 근처에선 갑자기 작동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한계적 일자리들이 사라지고, 그런 일자리를 가졌던 경제적 약자들이 어려움을 겪는다. 최저임금은 지표 노릇을 하므로, 소득에서 그들보다 상위 계층에 속하는 사람들은 임금이 오른다. 특히 강력한 노동조합에 소속된 고임금 노동자들이 큰 이익을 본다. 이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최저임금제의 문제점을 파악하는 데는 취업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최저임금제는 낮은 임금을 받고도 취업하려는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을 주는 기업가들을 찾아라. 만일 그런 기업가를 찾지 못하면, 당신은 취업하지 못한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이보다 더 비정한 규제가 어디 있겠는가?

모두 아는 것처럼 자유주의 시장경제의 바탕은 재산권이다. 재산권의 기초는 개인의 노동력이다. 시민들이 자신의 노동력을 시장에서 자유롭게 파는 것을 방해하는 것은 재산권을 근본적으로 침해한다. 자유주의 시장경제에서 신성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자유로운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이다. 그것에 손대는 것은 정의와 효율을 해친다. 노동 시장의 모든 거래를 강제적으로 규제하므로, 최저임금제는 필연적으로 정의와 효율을 크게 해친다.

실제로는 최저임금 수준도 중요하다. 최저임금 수준이 낮으면, 그것의 해악도 많이 줄어든다. 우리의 최저임금은 비현실적으로 높다. 문재인 정권 아래서 강성 노조의 주장이 관철됐기 때문이다. 외국 노동자들은 한국의 취업 비자를 얻는 것을 ‘로또 당첨’이라 부른다고 한다. 우리 최저임금이 유난히 높다는 얘기다. 낯선 나라에 일하려고 온 노동자들에게 임금 많이 주는 것이 나쁠 리 없지만, 시장이 아니라 규제를 통해 형성된 임금이 산업의 경쟁력과 물가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클 수밖에 없다.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일에서 최선의 방안은 시장이 자유롭게 움직여서 최대의 효율을 얻은 뒤 소득이 낮은 사람들에게 소득을 보전하는 것이다. 그 점에 대해선 자유주의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합의가 이뤄졌다. 시장의 움직임을 방해하는 최저임금제와 같은 정책은 정당화되기 어렵고 되도록 빨리 폐기돼야 한다.

현실적으로 최저임금제를 폐기하는 것이 불가능하니, 그것의 폐해를 줄이는 데 힘써야 한다. 산업의 생산성을 고려해 임금 수준에 차등을 두는 방안이 논의돼 왔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중소기업의 다수는 최저임금 수준의 동결을 바란다. 이런 임시적 목표들이라도 이루려면 먼저 시민들이 최저임금제의 본질에 대해 알아야 한다. 최저임금제가 시장경제의 원리에 어긋나고 가난한 노동자들을 골라서 괴롭히는 제도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는 것은 이 문제를 넘어 우리 시장경제 체제를 튼튼히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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