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서울 지하철 7호선 자양역 안에 ‘카누 휴식역’(사진)이란 팝업 매장이 문을 열었다. 옛 매표소 공간을 활용, 동서식품의 커피 브랜드 카누를 홍보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카누 바리스타 캡슐커피를 시음하고, 지하철 느낌을 잘 살린 세트장에서 사진을 찍는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게 구성했다. 이 팝업 매장은 큰 인기를 끌었다. 이달 16일까지 한 달간 이어진 행사 기간 2만5000여명이 다녀갔다.
동서식품과 함께 팝업 매장을 기획한 제일기획 관계자는 “가장 분주한 장소인 지하철역이 휴식 공간을 넣기 가장 좋을 것이란 역발상으로 시작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호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카누 팝업 행사가 끝난 뒤엔 ‘휴식역’이란 콘셉트를 그대로 살려 사람들이 쉴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기업 브랜드를 홍보할 때 가장 많이 활용되는 팝업 매장은 주로 서울 성수동, 홍대입구역 등에 열린다. MZ세대와 외국인들이 많아 홍보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 잠실의 롯데월드몰, 신세계 강남점 등 대규모 백화점도 팝업 매장으로 인기있다. 요즘은 이런 공간에서 벗어나 다양한 장소에서 팝업을 여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지하철역도 그 중 하나다.
게임 회사 블리자드는 지난해 5월 ‘디아블로 4’ 출시 일정에 맞춰 지하철 5호선 영등포시장역 지하 4층에 브랜드 체험존 ‘헬스테이션’을 열었다. 역사 내 유휴 공간을 게임 배경에 맞춰 공포스럽게 연출했는데, 사람들 이목을 끄는 데 성공했다. 게임 마니아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예약 신청이 몰렸다. 신발 브랜드 반스도 비슷했다. 같은해 10월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 ‘반스 스테이션’이란 팝업 매장을 열자 이틀 간 9500여명이 방문했다. 직접 티셔츠를 만들고, 스케이트 강습을 해주는 등 체험 위주로 매장을 운영한 게 인기 비결이었다.
향후 지하철 역사를 활용한 팝업 매장은 더 활성활 될 전망이다. 서울시가 지하철역을 사람들이 문화와 레저를 즐길 수 있는 ‘펀스테이션’(Fun-Station)으로 전환하는 데 브랜드 팝업 매장을 적극 활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기업들도 성수동 등 유명 팝업 장소에 비해 지하철역사의 임차료가 저렴, 브랜드를 알리는 데 ‘가성비’가 좋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지하철역 팝업 매장은 일상적인 장소에서 특별한 경험과 반전을 준다는 점에서 앞으로 더 인기를 끌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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