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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만해?'…어대한'에 맞서는 나경원·원희룡·윤상현 [정치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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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7·23 전당대회가 다자구도로 판이 커진 가운데, 정치권의 시선은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의 거센 기류가 이어질 것인가에 쏠려 있다. 한 전 위원장이 1등 주자로서 독주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나경원 의원과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윤상현 의원이 대항마로 맞서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다음달 23일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당원투표 80%와 국민여론조사 20%를 반영해 당 대표를 선출한다.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닷새 뒤인 28일 결선을 치른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물론 한 전 위원장이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 17~18일 진행한 여론조사(100% 무선 ARS 방식)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층의 과반(56.3%)은 한 전 위원장을 여당 대표에 적합한 인물로 꼽았다. 이어 원 전 장관이 13.3%, 유승민 전 의원 9.0%, 나경원 의원 8.1% 등이었다.

전체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한 전 위원장이 28.8%의 지지를 얻어 출마를 선언한 당권 주자들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유 전 의원이 28.7%, 원 전 장관 8.1%, 나 의원 6.3% 순이었다.
◆'만만한 상대 없다'…'결선 투표'도 변수
그러나 당내에서는 '예상만큼 쉬운 선거는 아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선 이번 전당대회에서 적용되는 '결선 제도'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후보들이 '한동훈' 대 '비한동훈'으로 나뉘어 경쟁하게 될 경우, 한 전 위원장이 경선에서 과반을 기록하기 쉽지 않은데, 만약 결선 투표에서 후보 간 단일화가 일어나면 역전승도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전 위원장에 맞서는 후보들의 저력 역시 만만치 않다. 우선 '친윤'계의 지지를 받을 것으로 관측되는 원희룡 전 장관의 경우, 윤 정부 초대 내각 인사로 안정적인 당정 관계를 구축할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원 전 장관 역시 이런 점을 십분 활용해 당 대표 도전 선언 이후 '원팀'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원 전 장관은 지난 21일 국회를 찾아 "내부에서 싸우다가 망할까 봐 (출마를) 결심했다"며 "한마음 한뜻으로 똘똘 뭉쳐서 모두 하나 되는 여당을 만들어 나가는 게 정치"라고 말했다.

'친윤'의 결속력이 총선 전과 같지 않지만,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던 한동훈은 안된다'는 일부 의원들의 인식이 당원들에게까지 퍼질 경우 원 전 장관이 유력 후보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지역구에 출마하며 '선당후사'하는 모습을 보인 것도 당원들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는 요소로 보인다. 지난 총선 직전 국민의힘 혁신위를 이끌었던 인요한 의원은 21일, 원 전 장관을 만나 그의 험지 출마 결단을 추켜세우며 "제가 친형제처럼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나경원 의원의 경우 서울에서 당선된 유일한 중진 의원으로, 이번 당 대표 후보 중에서는 유일하게 '원내대표'로서 당을 이끈 경험이 무기로 꼽힌다. 나 의원이 원내대표를 지냈던 20대 국회는 선거법과 공수처법으로 '패스트트랙 파동'을 겪었었다. '패스트트랙 충돌 사태'는 지난 2019년 선거법·공수처법 처리 국면에서 국회 내 물리적 충돌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들이 무더기로 기소된 사건이었다.

나 의원은 당시 의원들을 이끌며 당시 여당인 민주당에 맞섰고, 검찰 조사도 여러 번 받았다. 국민의힘 신임 당 대표가 '강성 일변도'인 이재명 대표 체제를 상대해야 하는 만큼, 풍부한 경험이 '검증된 리더십'이라는 강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계파색이 옅어 모든 계파를 아우를 수 있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나 전 의원은 지난해 전당대회를 앞두고서는 불출마를 종용하는 초유의 '연판장' 사태를 겪었는데, 당시 연판장에 서명한 이들은 용산과 소통하는 김기현 의원의 대표 옹립을 주장한 '범친윤계'로 분류됐다. 그런데 전당대회를 앞두고는 다시 그가 한 전 위원장에 맞설 '친윤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나 의원은 이와 관련 "저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줄 세우고, 줄 서는 정치를 정말 타파하고 싶다"며 "늘 국민에게 줄 서는 정치를 했으면 한다. 앞으로 이런 정치 문화를 만들고 국민과 함께 더 크고 좋은 정치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인천 지역 중진 의원인 윤상현 의원 역시 '강한 조직력'을 내세워 의미 있는 득표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5선 의원인 윤 의원은 오랫동안 '정치권의 마당발'로 불릴 만큼, 사교성이 높은 의원으로 꼽힌다.

지역에서도 지역 주민들과 농도 짙은 스킨십을 이어오면서 조직을 잘 관리했다는 평가가 많다. 이를 바탕으로 전당대회 후보로 뛸 경우, 당원들의 높은 지지를 받을 수도 있다.

윤 의원이 그간 윤 대통령을 향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은 당내 '소신파'로 꼽히는 점도 변수다. 윤 의원 역시 이런 점을 내세워 "대통령과의 신뢰 속에서 대통령에게 어떤 쓴소리, 할 말도 다 하는 사람이 누구냐"며 "민심이 당심 되고, 당심이 윤심 되는 정당을 만들겠다. 여론을 가감 없이 전달해 대통령이 올바르게 국정을 판단할 수 있게 하고, 또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당 대표 도전했던 김웅·이준석 "어대한? 모르겠다"
선거 제도의 변수와 강력한 후보들 때문에, 당 안팎에서는 '선거는 치러봐야 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국민의힘 전당대회 경험이 있는 김웅 전 의원과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어대한' 구도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웅 전 의원은 국민의힘 전당대회와 관련 "김기현 대표도 (지지율) 3~4%에서 시작했다. 그래도 되는 당"이라며 "결국 '어대한' 구도라는 것 자체도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전 의원은 21일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 "한 전 위원장의 (높은) 지지율은 당원들의 절망감의 표심"이라며 "워낙 우리 당과 대통령에 대한 걱정이 커서 여기 힘을 모아 돌파해보자는 건데, 의외로 '한한 대전'이 될 수 있다. 한동훈이 한동훈 본인과 싸워야 하는 그런 전당대회로 갈 가능성이 꽤 높다"고 말했다.

이준석 의원도 지난 20일 '어대한'에 대해 "아니라고 본다"며 "이번 주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부러뜨리려고 하는 시도의 최정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대통령은 (전당대회에) 간섭 안 하고 넘어갈 수 없다. 윤 대통령은 장이 열리면 계속 들어가서 다 헤집어놓고 왔다. 이 어물전을 그냥 지나칠 사람이 아니다"며 "제가 만약에 전당대회에 나가면 '대통령이 당무에 개입하면 바로 제명하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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