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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바람으로 달리는 수소 버스…2030년 300대로 늘린다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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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기자가 찾은 제주도 조천읍 함덕리 수소 충전소는 푸른 색 버스들로 들어차 있었다. 그 가운데 조금 특별한 버스가 보였다. 100% 수소로 움직이며 운행 과정에서 공기를 정화해 '달리는 공기청정기'로 불리는 수소버스다.

제주도 대표 관광지인 함덕 해수욕장부터 제주 시내까지 왕복 50㎞가 넘는 노선을 달리는 311, 312번 버스엔 5대의 수소버스가 운행 중이다. 버스를 움직이는 수소는 함덕 인근 행원풍력발전단지와 연결된 3.3메가와트(MW)급 그린수소 생산시설에서 만들어졌다. 탄소 배출이 없는 풍력 에너지로 물을 분해해 만든 그린수소를 상용화한 국내 첫 사례다.

행원풍력발전단지는 1998년 국내 첫 풍력발전 상업화에 성공한 데 이어 그린수소 상용화도 선도하고 있는 제주도의 탄소중립 '프런티어(최전방)'이다.

2020년부터 정부 사업으로 그린수소 생산·저장 실증사업을 추진한 제주도는 작년 8월 수소버스에 쓸 수 있는 수소 순도(99.97%)를 뛰어넘는 99.9999%의 고순도 수소 생산에 성공함과 동시에 자체적으로 함덕 충전소 등을 구축하며 상용화에 뛰어들었다. 그간 그린수소 생산에 성공한 지자체는 있었지만 생산한 수소를 실제 시민들이 이용하는 사업에 도입한 것은 제주도가 처음이다.

제주도는 지난 5월 국가 목표 대비 15년 빠른 2035년에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태양광, 풍력에 더해 그린수소를 제시했다. 작년 기준 18.2%인 제주도 전체 에너지 내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35년까지 70%로 높이고, 이렇게 생산된 전기로 6만t의 그린수소를 생산해 화력 발전 및 내연 기관 자동차를 대체한다면 가능한 시나리오란 게 제주도의 분석이다.


제주도가 화력을 대체할 발전원으로 그린수소를 선택한 이유는 기존 신재생에너지가 갖고 있는 '간헐성'의 문제 때문이다. 이미 제주도는 기상 여건이 좋은 날은 일일 전력수요의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할 수 있을 정도로 설비 용량 자체는 크다. 이날도 제주도의 재생에너지 발전율은 44%를 기록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상여건에 따라 발전량이 오락가락 하면서 작년 한 해에만 제주도의 태양광, 풍력 발전소는 출력 제한을 위해 181회 멈춰섰다. 전기를 더 생산할 수 있음에도 저장하거나 쓸 곳이 없어 억지로 발전기를 멈춘 것이다.

이처럼 남는 전기를 저장 가능한 수소 생산으로 돌려 탄소배출원인 화력을 대체한다는 것이 제주도의 비전이다. 제주도는 현재 3.3MW인 그린수소 발전 용량을 2030년까지 50MW로 늘려 연 5000t 이상의 그린수소 생산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고윤성 제주도 미래성장과장은 "2030년까지 시내 버스 300대, 청소차 200대를 수소차로 전환할 계획"이라며 "기존 화력 발전에 수소를 혼소하는 것부터 시작해 중장기적으로 수소 전소 발전까지 기저 전원을 수소로 대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은 과제이자 상용화의 성공 관건은 경제성 확보다. 아직 제주도가 민간 판매에 적용할 수소 가격은 결정되지 않았다. 현재는 버스, 청소차 등 공공 목적 차량에 수소가 투입되고 있어서다.

하지만 현재 그린수소 공급 원가는 화학단지 등에서 나온 부생수소 기반인 내륙 일반 수소 충전요금(kg당 1만원)에 비해 높은 3만원 안팎 수준으로 추정된다. 아직 수전해 기술이 초기 단계로 상당한 전력량이 필요하고, 생산 설비도 가격이 높은 상황이라서다.

아직 수전해 기술이 초창기 단계이고, 신재생 에너지 보급량이 늘어나면서 에너지 가격도 낮아질 수 있는만큼 그린수소 공급 단가는 지속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고 과장은 "2026년까지 구축되는 12.5MW 생산시설 실증을 통해 다양한 수전해 방식의 경제성 분석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공급 기술과 수요처 두 가지가 함께 성장하는 것이 상용화의 성공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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