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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난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가리지 않고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인공지능(AI) 열풍과 이상기후에 따른 폭염으로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기존 발전시설로는 따라잡지 못하는 데다 노후화된 전력망이 곳곳에서 전력 공급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앞다퉈 전력 확보와 전력망 개선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정전 대란’
남아메리카의 에콰도르에서는 19일(현지시간) 20년 만에 전국적인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로베르토 루쿠에 에콰도르 에너지 장관은 “남부지역 송전선에 문제가 생겼다”며 “낙후된 전력 시스템과 에너지 위기가 낳은 결과”라고 말했다. 전체 에너지원의 75%를 수력발전으로 충당하는 에콰도르는 최근 가뭄과 고온 현상으로 주요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면서 전력 공급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4월에만 두 차례에 걸쳐 전력난으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전날 대만에서는 네이후 과학단지 일부가 정전됐다. 이 단지에는 반도체 칩 제조업체 엔비디아의 대만 지사와 폭스콘, 위스트론, 델타전자 등 3000여 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대만은 전력망이 노후해 지난 7년 동안에만 세 차례 대규모 정전이 발생했다. CNBC는 “대만의 일상적인 정전이 세계 반도체 시장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했다.
지난달 베트남에서는 정부가 대만 폭스콘에 “전력 소비량을 자발적으로 30% 줄여달라”고 요청했다. 지난해 5~6월 베트남 북부에서 발생한 대규모 전력 부족 사태에 따른 예방적 조치로 해석된다. 세계은행(WB)은 당시 정전으로 인한 생산 감소 피해 규모가 약 14억달러로 베트남 국내총생산(GDP)의 0.3%에 달했다고 분석했다.
미국 역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을 통해 제조기지를 자국으로 끌어오면서 주요 제조 도시인 조지아주, 버지니아주, 텍사스주 등이 전력 공급 위기에 처한 것으로 파악된다.
○원전, 화력발전 줄줄이 증설
AI 열풍이 거세지면서 전력 소비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 전력 수요가 2022년 2만7080TWh에서 2026년 3만601TWh로 4년 사이 13%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중 데이터센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2.1%에서 4.4%로 두 배 이상 늘어나고, 2030년에는 10.2%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이에 따라 각국 정부는 발전소 증설과 노후 전력망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도는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2025회계연도(2024년 4월~2025년 3월)에 15.4GW의 신규 석탄 발전 용량을 확보한다. 2016년(20.6GW) 후 가장 많은 신규 용량이다.
선진국은 주로 ‘무탄소 에너지’인 원전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첨단 원전 확대를 지원하는 법안이 초당적인 지지를 받아 전날 상원을 통과했다. 1998년 ‘원전 모라토리엄(중지) 정책’을 도입한 호주에서도 원전을 건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날 호주 야당인 자유당은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2037년까지 2기의 원전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차세대 원전 신규 건설, 운전 기간 연장에 이어 원전 증설도 허용하는 방향으로 ‘에너지 기본계획’ 개정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력망 개선도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는 지난달 전력망 계획에 대한 새로운 규칙을 의결했다. 전력망 운영사가 20년 이상 장기적인 관점에서 발전원 다변화 등 계획을 세우도록 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