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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서 소주 엄청 팔린다더니…'축구장 11배' 공장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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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보이는 이 넓은 땅에 한국 소주 생산 공장이 들어설 겁니다.” 지난 13일(현지 시간)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동남쪽으로 약 120km 떨어진 항구도시 타이빈성(省) 부지. 하노이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2시간가량 차로 달려간 이곳은 지금은 허허벌판이지만 첨단산업단지가 조성될 땅이 있다. 이 광활한 대지 한복판에는 하이트진로의 첫 해외 생산공장 부지도 들어선다.

588만4000㎡ 면적으로 조성되는 이 공업단지는 베트남 정부가 경제특구로 지정해 조성하는 ‘그린아이파크산업단지’다. 타이빈성은 오랫동안 농업 중심 경제구조를 유지한 탓에 낙후된 지역으로 꼽혔다. 하지만 수도 하노이와 북부 경제도시 하이퐁에 인접한 지리적 이점이 있어 베트남 중앙정부의 높은 관심 속에서 빠르게 산업화를 이뤄가는 지역 중 하나다.

하이트진로는 그린아이파크산단 사업자와 임차 계약을 맺고 공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공장 면적만 축구장 11배 크기(8만2983㎡·약 2만5000평)와 맞먹는다. 빨간 깃발로 둘러진 공장 예정부지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었다.
K소주 열풍에…"물량 달린다"
하이트진로는 한류 열풍으로 글로벌시장에서 K소주 소비가 급격히 늘자 해외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국내 공장 생산하는 물량만으로는 늘어나는 수요를 맞추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현재 국내 공장에서 생산하는 물량이 소비량에 육박한다"며 "판매를 확대하려면 해외 공장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6년간 하이트진로 소주 수출량은 연평균 약 12.6%씩 증가하고 있다. 이에 회사 측은 2030년 해외 소주 판매량 목표치를 5000억원으로 잡았다. 올해 소주 수출액 예상치가 1585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6년간 164.4%의 성장을 이뤄내겠다는 계획. 현지 생산을 하면 국내 대비 낮은 인건비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으며 국가별 다양한 용기와 용량, 패키지 적용도 가능하다.

그간 소주는 한인이 많이 거주하는 미국 일본 등 수출 지역이 제한됐다. 쓴맛이 강한 일반 소주 수출이 대부분이라 현지인들은 꺼리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K푸드 인기가 높아지면서 동남아, 유럽 등으로 수출 지역이 다변화됐다. 현지 젊은 수요층 중심으로 단맛을 낸 과일 소주 수요가 많아지면서 동남아 지역 중심으로 소주 열풍이 불고 있다. 수출 물량도 일반 소주보다 과일 소주가 많아진 상황이다.

하이트진로는 현재 세계 86개국에 소주를 수출하고 있다. 연간 소주 수출량이 5만병 이상인 ‘전략 수출국’은 2017년 일본, 중국, 미국, 베트남 등 8개국에서 올해는 17개국으로 늘었다.


베트남 공장은 내년 1분기 착공해 2026년 완공하는 것이 목표다. 초기엔 과일 소주 라인에서 연 100만 상자(360mL짜리 3000만 병)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는 올해 소주 해외 판매량 목표의 약 17%를 차지하는 양이다. 회사 측은 "베트남 공장이 동남아 시장의 생산·유통 거점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18년간 토지세 면제
하이트진로가 베트남 공장을 짓기 위해 투자한 금액은 1억 달러(약 1360억원)다. 그린아이파크산단에 20여개 기업이 투자한 총 액수가 13억 달러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비중이다.


타이빈성은 하이트진로를 포함해 이곳에 투자한 한국 기업에게 4년간 법인세를 면제해 줄 방침이다. 이후 9년은 5%의 법인세만 부과하고 투자한 지 15년째가 되는 나머지 2년 동안에도 10%의 우대 법인세를 적용해 준다. 토지 임대 기간은 50년 동안이며 토지세는 18년간 받지 않는다.

응우옌 칵 탄 타이빈성 인민위원회 위원장은 “타이빈성은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최근까지 한국에 많은 실무 대표단을 파견했다”며 “이 같은 노력으로 하이트진로 투자를 이끌어 냈다. 위원회와 당국은 하이트진로의 소주 공장 건설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시기적절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노이=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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