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로소득자 사이의 소득 불평등이 지난 20년간 꾸준히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 소득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늘어난 가운데 중상위층 소득은 정체하면서다. ‘불평등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는 통념과는 다른 결과로, 미국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도 한국은 소득 불평등 개선 폭이 컸다.
이는 18일 한국경제신문이 단독 입수한 ‘20년간 한국의 소득 불평등과 이동성(Two Decades of Earnings Inequality and Dynamics in Korea)’ 보고서에서 장용성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과 한종석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 등이 분석한 결과다. 저자들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전체 근로자의 소득 통계를 수집해 작성한 이 보고서를 19일 열리는 한국경제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한다. 현재 가계금융복지조사, 가계동향조사 등 설문조사 방식에 근거한 소득 불평등 관련 통계가 있지만 모든 근로자의 실제 데이터를 활용해 불평등도를 계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근로자 상위 10% 백분위수(percentile)와 하위 10% 백분위수 비율로 측정하는 소득 불평등도인 10분위수 배율(P90/P10)은 2002년 10.5배에서 2022년 7.6배로 27.4% 감소했다. 하위 10%의 실질소득이 이 기간 701만원에서 1164만원으로 65.9% 상승했지만 상위 10% 소득은 7376만원에서 8880만원으로 20.4% 오른 결과다. 10분위수 배율은 2006년엔 11.3배까지 높아졌지만 이후 꾸준히 하락했다. 장 위원은 “소득 불평등도가 20년간 이렇게 가파르게 하락한 것은 한국의 학계와 정책당국에서 인식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행정데이터를 통해 각국의 정확한 소득 변화 및 불평등을 파악하고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글로벌 프로젝트(GRID) 일환으로 수행됐다. 미국 등 13개국이 1차로 참여했고 한국은 이번 연구를 통해 다음달 정식 참여할 예정이다. 한국의 불평등도 개선 폭(-27.4%)은 캐나다(-6.3%), 독일(-2.5%), 미국(4.1%) 등 기존 GRID 참여 선진국보다 컸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