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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톡법·AI법 '재출격' 나섰다…혁신 법안들 '패자부활전' 도전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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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톡법’은 변호사의 도움이 절실한 이들을 위한 법안이다. 국회가 혁신의 발목을 잡는 덫이 돼선 안 된다. 이번엔 다른 결과를 내야 한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로톡법(변호사법 개정안)을 재발의하면서 밝힌 목표다. 로톡법은 변호사단체의 반대로 21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법안이다.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혁신 법안들이 22대 국회에서 ‘패자부활전’을 노린다. 직역단체 반발과 여야 갈등에 밀려 지난 국회 때 폐기된 법안들이 빠르게 재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벤처업계는 후방 지원으로 입법 성공률을 높일 방법을 고심 중이다.

리걸테크법 나온다
18일 국회에 따르면 권칠승 민주당 의원은 ‘리걸테크 산업진흥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안’(리걸테크 진흥법)을 조만간 발의할 예정이다. 법무부를 리걸테크 주무부처로 두고 리걸테크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 범위를 명시했다. 원래 지난해 추진할 예정이었지만 일부 규정이 스타트업을 옥죈다는 문제가 제기돼 21대 국회에선 발의조차 안 됐다. 의원실 관계자는 “업계와 법조계의 의견을 추가 수렴해 초안을 다시 만들었다”며 “빠르게 입법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법률은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이 가장 빠르게 적용되고 있는 산업군이다. 하지만 한국에선 리걸테크 서비스의 기준이 모호해 국내 법률 스타트업들은 영역 확대에 소극적이었다. 로톡, 로앤굿 등 법률 플랫폼은 번번이 분쟁에 휘말렸다. 업계 관계자는 “합법 서비스의 영역이 분명해지면서 지원 근거가 생기는 건 긍정적이지만 동시에 사업 영역을 제한받을 수 있다는 ‘제도화의 딜레마’가 있다”며 “이 가르마를 잘 타는 게 진흥법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했다.

로톡법도 최근 재발의됐다. 대한변호사협회가 가진 변호사 징계권을 법령으로 정하는 내용이다. 지금은 변협이 내규를 통해 광고 규정을 마련하고 변호사를 징계할 수 있는데, 로톡 등 리걸테크 회사들은 변협이 징계권을 무기로 플랫폼을 옥죄고 있다고 호소해왔다.
의사만 8명…비대면 진료 향방은
‘뜨거운 감자’인 비대면 진료법(의료법 개정안)은 정부가 의원 입법 방식으로 재발의할 가능성이 크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연내 입법이 목표”라고 했다. 현재 시행되는 비대면 진료엔 법적 근거가 없다. 정부가 시범사업으로 운영하는 형태다. 의료계 관계자는 “시범사업이 장기화할 경우 행정부 권한으로만 비대면 진료를 끌고 가는 것이라 복지부에도 부담이 된다”며 “우회로를 찾아서라도 입법을 적극적으로 시도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복지부는 비대면 진료 규제는 일부 풀되 약 배송은 제한하는 방향으로 입법을 추진할 전망이다. 지난 국회 막바지에 조명희 전 의원이 약 배송 근거를 담은 법안을 발의했는데 약사단체가 강력히 반발했다. 반면 스타트업 업계는 약 배송까지 함께 허용해야 비대면 진료의 효용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번 국회엔 의사 출신 의원이 8명으로 역대 최다다. 대부분 초선으로 이 중 6명이 보건복지위원회에 포진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의사 출신 의원들은 대부분 비대면 진료 방향성 자체엔 동의하지만, 약 배송 규제는 약사계의 문제이기 때문에 섣불리 건드리긴 조심스럽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AI 제도 첫 단추 끼운다
이번 국회는 AI 관련 법 제도의 첫 단추를 끼우는 역할도 해야 한다. 이미 몇몇 의원이 AI 법안을 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1호 법안으로 발의한 AI법은 지난 국회 때 발의됐던 AI 기본법을 기반으로 이용자 보호를 위한 정부 역할과 사업자 책무 등을 보완했다. 강유정 민주당 의원은 AI 제작 콘텐츠 표기 의무화를 담은 법안을 제출했다. 권칠승 의원도 다음달 AI 기본법을 재발의할 계획이다.

벤처기업협회가 최근 280개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지난 국회 때 폐기된 법안 중 이번엔 꼭 처리됐으면 하는 법안을 물은 결과 16.8%가 AI 기본법을 꼽았다. AI 스타트업인 콕스웨이브의 김기정 대표는 “법과 제도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줘야 스타트업들이 움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AI 기본법은 지난 국회 때 논의 끝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안이 마련됐지만 폐기됐다. 그사이에 방송통신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등 다른 부처들도 별도의 AI법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관심이 뜨거운 법안인 만큼 지원 근거와 이용자 보호 방식을 둘러싸고 이견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혁신 법안 찬밥 될까 걱정”
국회 스타트업 연구모임 유니콘팜은 21대 국회에서 스타트업의 목소리를 반영한 혁신 법안을 6건 발의했지만, 이 중 한 건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대표적인 게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다. 예컨대 세무 플랫폼 삼쩜삼은 세금 환급을 신청할 때 주민등록번호가 꼭 필요한데, 주민번호를 처리할 자격이 있는지를 두고 논란을 겪었다. 이외에 뮤직카우 등과의 간담회를 거쳐 마련한 문화산업진흥법 개정안, 강남언니 등 의료 플랫폼의 의견을 반영한 의료법 개정안도 재발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벤처업계는 정쟁이 심화하면서 혁신 법안들이 뒷전이 될까 우려하고 있다. 한 스타트업 임원은 “올해 내내 특검 정국이 이어지면서 혁신 기업은 찬밥 신세가 될 것 같다”고 걱정했다. 벤처 협의체인 혁신벤처단체협의회는 지난 국회에서 사장된 핵심 법안 중 재발의가 필요한 법안을 정리해 다음달 각 당에 공식 건의할 계획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업계에 가장 시급한 규제 완화 내용을 담은 입법 제안 책자를 발간한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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