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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본인가, 애드리브인가…헷갈리는 '여권 소통 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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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종합부동산세 등 세제 개편과 기업 밸류업을 위한 상법 개정 등 굵직한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권 내 핵심 인사들이 조금씩 엇갈린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정부의 진의(眞意)가 무엇인지 혼란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지난 16일 상속세율을 대폭 인하하고 종부세는 사실상 폐지 수준으로 개편하겠다고 공언하자 바로 다음 날인 17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확정된 방안은 아니며 검토 가능한 대안”이라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배임죄 폐지 주장에 법무부, 기재부 등이 ‘여러 대안 중 하나’라는 입장을 내놓은 데 대해서도 경제계에서는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에 대해 여권 내에서는 거대 야당과 협상하기 위한 일종의 역할 분담이라는 해석이 많다. 일부는 조금 강한 톤으로 발언하고 일부는 상대적으로 조심스럽게 대응하는 방식으로 여론을 만들어나가는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부분적으로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지향하는 바는 모두 같다”고 말했다.

개인의 성격과 출신에 따라 소통 방식이 다른 데서 나타난 결과라는 해석도 있다. 성 실장은 언론과 활발하게 소통해온 교수 출신이고, 이 원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검사 출신이다. 직설적으로 발언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반면 최 부총리를 비롯한 관료들은 여러 방안을 검토해 확정한 뒤에야 발표하는 방식에 익숙하다는 설명이다.

여권이 거대 야당에 밀리지 않고 정책 이슈를 주도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가 정책을 확정할 때까지 기다리는 사이 야권이 짠 프레임에 휘말려 아무런 변화도 이끌어내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문제는 이 같은 여권의 소통 방식이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점이다. 시장은 정부 정책을 최종 조율하는 대통령실 정책실장의 발언을 정부 공식 입장이라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성 실장이 강한 어조로 운을 띄우고 최 부총리가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연출하는 건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원장의 경우 배임죄 폐지 등 금감원이 주무 부처가 아닌 분야에 대해 공식 브리핑을 통해 의견을 밝히는 게 적절한지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민감한 사안에 대해 정부를 대표해 총대를 멘 것인지, 개인 의견을 강하게 어필하는 것인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시장 관심은 결국 정부의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지, 야당과의 협상을 통해 그 목표를 어느 수준까지 관철할 수 있는지에 쏠린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중요한 건 윤 대통령의 의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과 대면으로 대화하는 시간이 길수록 대통령의 의중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종부세 사실상 폐지, 상속세제 대폭 완화 등 성 실장의 발언에 대통령의 의중이 담겼을 것이라는 뜻이다.

대통령실에서 공개적으로 강한 톤의 발언이 나오면 야당과의 협상이 오히려 꼬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대통령실에서 종부세 사실상 폐지라는 의견이 나오는 순간 야당은 종부세 논의에 소극적이 될 수 있다”며 “야권 내 종부세 논의가 더 불붙은 뒤 정부가 나서는 게 전략적으로 더 나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여당이 정책 이슈를 주도하지 못해 생긴 혼선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여권 관계자는 “여당 경제통 의원들이 한 템포 빠르게 발언하고 정부가 검토해 대통령실이 최종 조율하는 모습이 일반적이고 시장 혼란을 줄일 수 있다”며 “여당이 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다 보니 성 실장이나 이 원장이 그 역할을 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도병욱/박상용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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