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육군이 내연기관 중심인 작전용 차량을 수소차로 전환한다. 국내에서 모빌리티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들이 이를 뒷받침할 계획이다.
17일 육군 제7기동군단은 경기 이천 7기동군단 대회의실에서 '미래 수소 모빌리티 민·관·군 협력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현대자동차, 기아, 현대로템, 두산 모빌리티 등 모빌리티 업체를 비롯해 산업통상자원부, 한국 자동차연구원 등에서 참석했다.
7기동군단은 전차와 장갑차를 중심으로 전시에 북진(北進)을 위해 창설된 부대다. 보유 전차 수는 800대가 넘는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3개국이 운용하는 전차 수를 웃돈다. 현재는 모두 내연기관을 쓰고 있다. 이 동력원을 수소로 전환하려는 계획이다.
7기동군단은 이번 세미나를 통해 우선 군용차를 비롯해 배터리, 발전원 등 보급품부터 전환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각 기업에 작전 수행 시 필요한 기능을 기업들에 전달했다. 현대차와 기아의 수소 충전 차량을 군사용으로 탈바꿈한다. 현대차와 기아는 이를 통해 전시에 운용할 수 있는 군용 수소차량을 연구개발(R&D)할 예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동형 수소 충전 차량인 'H무빙 스테이션'을 군용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이 차량은 50㎏ 수소를 적재해 어디서든 충전할 수 있는 차량이다. 기아는 이동형 수소 발전차를 개발한다. 수소연료 전지를 적재해서 시간당 100kW씩 보급하는 게 목표다. 수소 군용차도 함께 개발한다. 두산모빌리티는 수소 드론을, 현대로템은 수소 전차와 장갑차를 개발하고 있다.
7기동군단 예하 제2신속대응사단은 올해 12월부터 수소 동력 경 전술 차량과 수소 충전 차량을 시범 운용할 계획이다. 오는 10월 호국 훈련에서 수소 드론 2기도 운용한다. 현대로템의 수소 발전기도 연내 시범 가동할 예정이다.
육군이 수소 전환을 하는 이유는 발전 효율에 있다. 기존 화석연료 발전 효율은 28~32%다. 수소연료의 경우 최소 47% 이상 끌어올릴 수 있다. 수소 연료전지는 기존 전기 배터리에 비해 부피가 작고 무게도 가볍다. 어디서든 전기를 생산해서 보급을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수소를 사용하면 아군의 움직임을 적이 포착하지 못하는 전술인 '기도비닉'도 가능하다. 디젤 엔진의 경우 소음과 매연 탓에 아군의 위치가 쉽게 노출됐다. 수소를 동력원으로 쓰면 소음과 매연, 발열이 발생하지 않는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은 덤이다.
박재열 7군단장은 이날 "전차와 헬기 등 전술 장비가 소음과 매연 없이 이동한다면 육군 전력이 한층 강해질 것"이라며 "매년 수소를 포함한 에너지 세미나를 정례화해서 민·관·군의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