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오후 경기 수원에 사는 70대 임모씨는 한 난방관리업체 기사로부터 “가스 점검을 나왔다”는 말에 현관문을 열어줬다가 170만원의 수리비를 청구받았다. 피해자의 자녀는 이날 연립주택 내 다섯 가구가 같은 수법으로 최소 1000만원 이상의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보일러 점검’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은 도시가스나 지역난방이 공급되지 않는 개별 난방 아파트, 빌라 등을 대상으로 공식적인 관리업체로 위장해 접근한 뒤 불필요한 수리를 해 과다 청구하는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A난방관리’ ‘B시설관리’ 등 공기업으로 오인될 만한 상호를 사용하지만, 실제로는 협회에 등록조차 되지 않은 불법 업체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보일러설비협회 관계자는 “전문건설업 등록 없이 보일러 점검을 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2010년대 초 기승을 부리던 보일러 점검 사기가 최근 다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업체는 2010년대 초부터 ‘C난방관리’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사기 행각을 벌여왔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들은 2022년 5월에도 수원 일대에서 보일러 점검을 명목으로 가구를 방문한 뒤 누수 수리를 빌미로 200만원을 과다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플라스틱 배관에 불필요한 부식방지제를 다량 사용하는 식으로 수리비를 부풀렸다.
해당 업체에 대한 별다른 제재가 이뤄지지 않아 피해가 반복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피해자들은 경찰에 고소하려고 해도 돌아오는 답은 ‘강제로 교체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기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말뿐이었다고 한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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