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웹툰 제작사들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이들은 웹툰 시장이 급성장했던 코로나19 확산기에 직원과 작품 수를 공격적으로 늘렸다. 하지만 시장이 예상만큼 커지지 않으면서 재정적 어려움에 빠졌다.
○ 상위 10개 기업 중 8곳 적자
14일 스타트업 데이터 플랫폼 혁신의숲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웹툰 시장에서 매출 기준 상위 10개 제작사(웹툰 플랫폼 업체 제외) 중 9곳의 실적이 전년보다 악화했다. 적자 기업도 8곳에 이른다.키다리스튜디오의 영업손익은 2022년 42억6000만원 흑자에서 지난해 57억4000만원 적자로 전환했다. 삼양씨앤씨도 2022년 19억2000만원 흑자에서 지난해 14억5000만원 적자로 돌아섰다. 재담미디어도 같은 기간 16억5000만원 흑자에서 16억7000만원 적자로 실적이 악화됐다. 와이랩은 적자액이 지난해 55억1000만원으로 1년 전(4억4000만원 적자)보다 열 배 이상 급증했다. 로크미디어의 적자 규모는 같은 기간 3억7000만원에서 18억1000만원으로 불었다.
이들 업체의 수익성 악화는 웹툰 소비 감소와 웹툰 유통량 급증이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주 1회 이상’ 웹툰을 본 이용자의 비율은 2022년 69%에서 지난해 62.8%로 6.2%포인트 낮아졌다. 데이터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국내 주요 웹툰 플랫폼인 네이버웹툰, 카카오페이지, 네이버 시리즈, 카카오웹툰의 월간 총이용 시간(안드로이드 기준)은 올해 4월 9949만4725시간으로 1년 전보다 11.2% 줄었다.
경쟁 엔터테인먼트인 숏폼 콘텐츠의 인기가 웹툰 이용 감소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틱톡의 올해 4월 국내 총이용 시간(안드로이드 기준)은 3930만7238시간으로 5년 전보다 세 배 이상 증가했다. 최근 쇼츠 등 숏폼 콘텐츠를 강화한 유튜브의 사용 시간도 계속 늘고 있다. 올해 4월 12억3538만9783시간으로 2년 전보다 15.5%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유튜브는 카카오톡을 제치고 국내에서 사용자가 가장 많은 앱 1위에 오르기도 했다.
○ 국내 웹툰 시장은 레드오션
웹툰 소비 감소에도 국내 웹툰 유통 공급량은 계속 늘고 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유통(중복 포함) 웹툰 수는 2022년 1만2273개에서 지난해 2만139개로 1년 새 64.1%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시장이 뜨거울 때 우후죽순 등장한 웹툰 제작사들이 ‘레드오션’에 빠졌다”며 “반전을 노리는 제작사들이 신작을 계속 내놓다 보니 공급 물량이 좀처럼 줄지 않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업계에서는 국내 웹툰 시장이 더 이상 성장하기 힘들다고 보고 있다. 인구를 감안할 때 추가로 유입될 잠재고객 자체가 많지 않다는 설명이다. 웹툰 제작사 리얼드로우의 최상규 대표는 “국내 웹툰 이용자 수는 이미 고점을 찍었고 소비자 1인당 웹툰 이용 시간도 한정적”이라고 했다.
업체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수출 환경도 녹록지 않다.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업체 비율은 2020년 56.7%에서 2022년 43.6%로 오히려 하락했다. 업체들이 영세하다 보니 해외 시장 개척이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웹툰 수출을 위해 ‘통역 및 번역 지원이 필요하다’고 대답한 비율이 53.2%(복수 응답)로 가장 높았다. 다음은 ‘해외 바이어·유통사와 네트워크 구축’(46.8%), ‘해외시장 조사 및 시장정보 제공’(42.9%) 등이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