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이 우리 영해 인근에서 경쟁하듯 자원 개발에 나서는 모습에 위기감을 느껴 동해 탐사를 추진했습니다.”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은 14일 서울 정동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한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자원 안보가 중요해지던 시기에 중국과 일본이 우리 영해 인근을 탐사하는 움직임이 있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경북 포항 영일만 인근 심해에 35억~140억 배럴의 대규모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물리탐사 결과를 발표한 뒤 심해 유전 개발 성공 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김 사장은 동북아시아 자원 개발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유전 개발 사업이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심해 유전 개발을 위해 중국은 이미 서해 인근에 해상 구조물을 설치하고, 일본은 동해 인근에서 시추작업을 했다”며 “한국도 자원 확보 차원뿐 아니라 영토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탐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과거에 비해 기술이 발달하면서 물리탐사 결과를 상당히 신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흑백 TV가 고화질 컬러 TV로 바뀌면서 지금은 배우들의 모공까지 자세히 볼 수 있다”며 “자원탐사도 이미징 기술이 발달하면서 과거엔 불확실하게 보였던 구조들을 현재는 아주 명확하게 볼 수 있다”고 비유했다. 이어 “기술자이자 경영진으로서 탐사의 실익이 충분하다”고 자신했다. 김 사장은 글로벌 석유 기업 셸에서 20년 넘게 근무하다가 SK이노베이션에 영입된 후 최고기술책임자(CTO)까지 올랐다. 2021년부터 석유공사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김 사장은 심해 유전 개발 논란과 관련해 “대통령 발표 이후 사안이 커지면서 살짝 당황했지만, 해외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진 측면에선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김 사장은 윤 대통령의 브리핑 후 글로벌 석유 메이저들의 투자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 사장은 “한·중·일이 세계에서 가스 수입 1~3위 국가”라며 “동해에서 가스가 나오면 남미의 가이아나 유전과 달리 장거리로 운송할 필요도 없어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김 사장은 심해 유전·가스전 개발에 성공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북해 유전을 개발한 노르웨이도 첫 시추공이 건공(乾孔·석유 또는 가스가 나오지 않는 시추공)으로 나오는 등 성공할 때까지 4년을 팠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