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닭볶음면에서 시작된 식품주 랠리가 이어지고 있다. 라면 뿐만 아니라 냉동김밥에 이어 막걸리까지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품목을 바꿔가며 매수세가 옮겨다니는 모습은 테마주와 비슷하다. 반면 증권가에선 해외 시장에서 K-푸드의 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순당은 전날 30% 오른 7020원에 거래를 마쳤다. 보해양조(9.98%), 무학(3.72%) 등 지역소주 관련 종목도 강세였다.
막걸리 수출 실적이 성장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영향이다. 서울탁주제조협회 산하의 서울장수주식회사가 올해 4월까지 누적 해외 매출액이 600억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국순당은 ‘캠핑 월드컵’으로 불리는 ‘2024 FICC&아시아퍼시픽랠리’에서 캔막걸리를 선보였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관심을 끌었다. 작년 미국 수출액이 처음으로 300만달러(약 41억원)를 돌파했다는, 예전에 밝혔던 실적도 다시 주목됐다.
막걸리는 냉동김밥으로부터 K-푸드 랠리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미국 대형마트에서 한국산 냉동김밥이 품귀현상을 빚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우양의 주가도 치솟았다. 전일에는 5.51% 올라 939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들어 40.15% 올랐다. 지난달 상승폭도 55.63%에 달한다.
K-푸드 랠리의 시작은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이었다. 해외의 셀럽들의 SNS에 관련 영상 게재 소식이 이어지면서 세계적인 불닭볶음면 인기를 주식시장에서도 인식하기 시작했다. 뒤이어 발표된 삼양식품의 1분기 실적은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을 크게 웃돌면서 삼양식품 주가 상승세에 탄력이 붙었다. 삼양식품은 올해 3월에는 23.17%, 4월에는 40.38%, 5월에는 79.02% 상승했다. 이달 들어서도 11.53% 올랐다.
삼양식품이 급등하자 ‘라면 대장주’ 자리를 넘겨준 농심과 ‘식품 대장주’ 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CJ제일제당도 들썩였다. 최근 한달동안 농심은 32.42%, CJ제일제당은 7.89% 올랐다.
농심도 적지 않게 상승했지만, 삼양식품에 라면 대장주 자리를 빼앗겼고, 격차가 커지고 있다. 11일 종가 기준 삼양식품의 시가총액은 4조4445억원이다. 농심(3조2420억원)보다 1조2000억원가량 많다. 식품 대장주 자리를 노려볼 만한 수준이기도 하다. CJ제일제당(5조4571억원)과 격차가 1조원 수준으로 좁혀져서다.
증권가에선 급등에 따른 우려와 K-푸드 약진에 대한 기대가 동시에 나온다.
테마주로 보는 쪽에선 조만간 투자자들의 관심이 시들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불닭볶음면에서 시작된 K-푸드 순환매가 김을 거쳐 냉동김밥와 막걸리까지, 한바퀴 돌았다는 것이다.
반면 식품산업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들은 세계 시장에서 K-푸드를 파는 기업들의 성장을 기대한다. 하희지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현재 음식료 업종 내 주가 상승을 이끄는 핵심 요인은 글로벌 K-푸드 포트폴리오를 보유했는지 여부와 해외시장에서의 성장성”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적으로 한국 문화의 파급력이 높아져 K-푸드를 경험한 인구가 증가했다. K-푸드의 저변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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