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e커머스)의 큰손은 2030세대가 아니라 4050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과 휴대폰의 태동을 지켜본 X세대가 구매력을 갖춘 중년에 접어들면서 온라인쇼핑의 주 소비층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12일 SSG닷컴에 따르면 최근 출시된 식품 버티컬 전문관 ‘미식관’ 매출의 63%가 4050 고객에게서 나오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식관은 요즘 유행하는 식당의 밀키트와 프리미엄·해외 식료품을 주로 취급한다. 당초 온라인 장보기의 주요 고객층인 3040세대를 겨냥해 나왔지만 실제 운영해보니 4050 고객이 더 많이 이용했다고 SSG닷컴은 설명했다. 건당 주문 금액이 가장 높은 연령대도 50대다.
올해 1~4월 SSG닷컴에서 한 달에 25만원 이상 식료품을 구입한 ‘VIP고객’의 80%도 4050세대다. 이들은 건당 평균 주문 금액이 8만5000원에 달하고 장 보는 횟수도 한 달에 5.4번이다. SSG닷컴 관계자는 “경제력을 갖추고 가격보다 품질에 민감한 4050세대가 온라인 장보기의 핵심 고객층으로 부상했다”고 말했다.
4050세대의 영향력은 e커머스 전반에 퍼져 있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5월 기준 이용자 수 상위 5개 온라인 쇼핑 앱(쿠팡·알리·11번가·테무·G마켓)을 이용한 고객 가운데 52%가 4050세대다. MZ(밀레니얼+Z)세대로 분류되는 2030세대 비중은 33%에 그쳤다.
지난해 말부터 무섭게 성장한 알리·테무의 주 고객도 4050세대로 확인됐다. 지난달 알리 이용자 중 2030세대 비중은 34%였고, 4050세대는 53%로 절반을 훌쩍 넘었다. 테무도 2030세대 이용자 비중이 28%인데 4050세대는 54%에 육박했다. 국내 e커머스 1위인 쿠팡에서도 4050세대 비중이 46%로 2030세대(37%)보다 높았다.
유통업계 마케팅이 MZ세대에 집중된 가운데 4050세대가 온라인쇼핑의 큰손으로 부상한 배경에는 코로나19가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비대면 쇼핑이 보편화되면서 4050세대의 온라인 쇼핑이 늘었다는 것이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