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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엔 호프집' 어느새 국룰 다 됐다…직장인 300명 북새통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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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장사라도 하니까 이 가게를 유지할 수 있는 거죠."

7일 점심시간, 서울 여의도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50대 최모씨는 가게에서 직접 발행하는 식권을 정리하며 이같이 말했다. 벽면엔 치킨, 건어물 등 여느 호프집에서 파는 음식 사진이 붙어있지만, 낮 시간대 이곳은 1인당 8500원을 받는 '점심 뷔페'집이다. 이날도 선불로 돈을 지불한 손님들은 자연스럽게 각종 나물, 만두, 두부조림 등 음식이 놓인 구역으로 가 음식을 접시에 담고 있었다.

최씨의 호프집은 밤보다 낮에 더 북적인다. 코로나19 때부터 저녁 매상이 줄어들자 재작년부터 점심 뷔페를 시작해서다. 회사가 몰린 상권인 만큼 직장인들 반응도 좋다. 그는 "점심 뷔페는 저녁보다 마진율이 낮지만 확실히 많은 손님이 찾는다. 평일 기준 하루에 300여명은 오는 것 같다"며 "엔데믹 이후에도 매상이 회복되지 않아 불가피하게 선택했지만, 지금은 매상 걱정이 한결 줄어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외식업계 여전한 '한파'에 "한 우물만 파다 죽는다"
엔데믹 이후에도 고금리·고물가 여파가 이어지며 외식업계는 여전히 불황에 빠져있다. 상권분석 플랫폼 '오픈업'에 따르면 지난해 외식업체 81만8867개 중 21.52%인 17만6258개가 문을 닫았다. 2020년 코로나19 당시엔 9만6530개 식당이 폐업했는데, 지난해 폐업 식당 수는 이보다 82.6%나 늘었다.

이에 따라 일부 자영업자들은 업종과 별개로 점심 뷔페를 운영하며 가게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직장인이 몰려 있는 오피스 상권에서 이 같은 현상이 더 뚜렷한 모양새다.

서울 중구의 한 프랜차이즈 치킨집도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한시적으로 점심 뷔페를 운영한다. 이날 메뉴는 프라이드치킨을 포함해 김치찜, 된장국, 도토리묵 등이었다. 점장인 40대 최모씨는 "본사에 확인해 영업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시작한 것"이라며 "등락이 있긴 하지만 하루 평균 140여명의 주변 직장인 손님이 찾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사가 잘 안 되는데 낮에 가게를 놀릴 수 없지 않냐"고 덧붙였다.

해당 가게를 찾은 20대 직장인 임모씨는 "보통 구내식당이나 이런 점심 뷔페에서 점심을 해결한다"며 "처음엔 치킨집에서 한식으로 뷔페를 운영한다고 해 좀 어색했는데, 먹어보니 저렴하고 맛있더라. 요즘은 저녁 회식보다 점심 먹으러 이곳을 더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예 낮 장사를 위해 공간을 빌려주는 가게도 있다.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한 호프집은 낮에 운영하는 '점심 뷔페'에서 나오는 수익이 전체 매상과 별개다. 호프집 대표가 가게를 낮에만 대여해주고, 점심 뷔페 운영자가 '깔세'(월세를 한꺼번에 내는 방식)를 내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튀김기, 식기 등도 공동으로 사용한다.

이곳에서 점심 뷔페만 운영하는 자영업자 50대 김모씨는 "호프집 사장도 워낙 장사가 안되니 이 같은 방식을 생각해낸 것"이라며 "오히려 점심 뷔페 때문에 가게를 알게 돼 저녁 매상도 늘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비교적 저렴한 임대료 덕분에 음식값을 적게 받아 손님이 꾸준한 편"이라면서도 "다만 작년 가을 1000원 올리니까 손님이 25% 정도 줄더라. 그런데 다들 고물가에 힘드니까 두 달 만에 매상이 다시 회복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높아진 외식 물가를 반영하듯 한식으로 구성된 뷔페에 대한 관심이 점차 커진 탓이다. 보통 한식 뷔페는 다른 외식 품목보다 더 가성비 있는 메뉴로 통한다. 실제로 아하 트렌드에 따르면 올 1~4월 '한식 뷔페'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12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외식 브랜드 전체는 13% 오르는 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관심도가 상당하다.

이에 대해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이후에도 여전히 외식 수요가 제대로 회복되지 못하고 있고, 회식도 줄면서 특히 저녁 매상이 중요한 가게들이 큰 타격을 받은 상황"이라며 "이때 많은 업주들이 수요가 꾸준해 회전율이 높고, 다양한 식자를 저녁 장사에 활용할 수 있는 한식 뷔페를 그 대안으로 선택해 불경기를 버티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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