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에 공급될 예정이었던 분양주택이 대거 신혼부부용 장기전세주택으로 대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신혼부부 주거안정에 주택정책 방점을 찍으면서 비슷한 사례가 잇따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7일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에 따르면 ‘대규모 판자촌’인 구룡마을(개포동 567-1번지)에 신혼부부 장기전세주택 등 총 3520가구가 공급된다. 당초 구룡마을은 2838가구(분양 1731·임대 1107)공급이 예정돼 있었다. 서울시는 지난달 29일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용적률 및 높이 상향 등을 통해 총 3520가구(분양 1813·임대 1707)로 공급 규모를 늘리기로 했다.
이번 계획변경으로 늘어나는 가구수는 총 682가구다. 늘어난 가구의 대부분인 600가구가 임대로, 82가구는 분양으로 공급된다. 늘어난 임대 가구 가운데 상당수를 지난달 22일 서울시가 대대적으로 발표한 ‘신혼부부 장기임대주택(시프트)’로 활용할 예정이다. 이 제도는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전세로 10년 살다가 자녀를 낳으면 최대 20년 거주, 자녀 2명을 낳으면 시세의 10% 저렴하게 아파트 매입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이다.
이번 신혼부부 임대주택 확대로 분양주택을 기다리던 수분양자 입장에선 공급이 줄어들게 됐다. 당초 SH는 용적률 인상을 통해 늘어난 가구수를 모두 분양가구로 공급할 예정이었다. 서울내 분양수요가 많은 데다, 구룡마을 토지주들에 대한 보상비가 크게 늘어나면서 함께 불어난 SH의 재무부담을 낮추기 위한 계획이었다.
김헌동 SH 사장은 앞서 지난 4월 서울시의회에서 “용적률을 늘려 늘어난 가구는 모두 분양가능한 물량”이라며 “거의 1조원에 가까운 수익이 예상돼 보상비 증가로 떨어진 수익성이 회복될 것”이라고 답했다. 박승진 서울시의회 의원에 따르면 구룡마을 용지비는 1조2456억원으로 2년새 5156억원 증가했다. 2022년 탁상감정(현장 조사 없이 전산 등을 통한 평가)시에는 7300억원으로 추산됐었다.
분양업계에선 공공 시행 단지를 중심으로 분양물량이 신혼부부용 전세로 상당수 전환될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시는 7월 올림픽파크포레(300가구)를 시작으로 잠실미성크로바와 잠실진주 등 민간 재건축, 구룡마을과 송파창의혁신지구 등 공공개발을 통해 신혼부부용 장기전세를 꾸준히 공급한다는 목표다. 2026년까지 목표물량은 총 2396가구다. 업계 관계자는 “출산장려를 위해 필요한 정책”이라면서도 “가뜩이나 서울 공급이 적어 분양을 기다리는 사람들 입장에선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