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대형 산업시설에 문화와 예술을 입히는 작업을 본격화한다. 삭막한 산업공단을 대표적 관광지로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울산시는 석유화학 기업체가 밀집한 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와 자동차 부품 업체가 들어선 매곡일반산업단지에 ‘활력 있고 아름다운 거리’를 조성한다고 3일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한국산업단지공단이 주관한 ‘2024년 산업단지 환경 조성 통합 공모 사업’에 선정돼 국비 40억원을 확보한 데 따른 것이다.
먼저 울산시는 울산·미포국가산단에 미디어아트, 조형 예술품, 포토존 등을 만들고 보행로를 정비하며 예술 담장 등을 설치하기로 했다. 매곡일반산단에는 ‘청년과 문화를 담은 미래 이동수단 선도 산단’을 조성한다. 강변 녹지구역에는 산단과 주거지를 연결하는 산책로를 설치해 근로자가 산단 외부에 있는 공원과 친수 공간을 이용하도록 하고, 시민에게 변화한 매곡산단을 홍보할 계획이다. 하반기까지 디자인과 설계를 완료하고 내년부터 공사에 들어가 2026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울산상공회의소와 SK, 현대자동차 등도 울산시의 이 같은 취지에 공감하며 힘을 보태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오는 8월까지 남구 고사동 울산콤플렉스(울산CLX) 정문 앞에 어느 방향에서든 볼 수 있는 미디어아트 조형물 ‘원더 글로브’를 설치하기로 했다. 원더 글로브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적인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4’에서 SK그룹 부스에 설치된 조형물이다. 지름 6m짜리 대형 구체 발광다이오드(LED)로, SK 기술과 사업이 추구하는 청정 미래를 담은 영상을 선보여 관람객의 관심을 끌었다. 도로변에 있는 석유 저장 탱크와 노후한 공장 건물·담장 등에 국내외 유명 작가의 예술작품을 채색해 산업시설에 예술을 더한 경관 거리를 조성한다.
현대차는 9월까지 울산공장 본관과 4공장 정문에 폭 20m, 높이 21m에 달하는 대형 LED 미디어 전광판을 설치한다. 전광판에는 울산시민에게 필요한 다양한 정보와 현대차만의 볼거리를 담는다. 현대차는 총사업비 120억원을 전액 부담해 사업을 추진한다는 협약을 울산시와 지난달 20일 맺었다. 담장은 현대적 도시 디자인을 적용한 야간 경관 아트월(예술 담장)로 만든다. 특히 출고센터 정문 인근 담장은 식물형으로 조성한다. 지난해 10월 완공된 현대차 울산 물류센터 외관에도 아트 디자인을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울산시는 아산로 일원을 ‘옥외 광고물 등 특정 구역’으로 지정하고 현대차 공장 인근 환경을 정비할 예정이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삭막한 회색 산업공단이 울산의 대표 관광지로 변신할 것”이라며 “참여 기업의 산업 경관이 원활하게 개선되도록 행정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