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오는 2026년 출시할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인 ‘루빈’을 지난 2일 공개하면서 세부 사양 등에 대한 테크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 3월 공개한 GPU '블랙웰'이 아직 시중에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두세대 뒤 제품의 밑그림을 보여줘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IT전시회 '컴퓨텍스 2024' 기조연설에서 블랙웰 기반 플랫폼에 대해 설명하면서 차세대 GPU 루빈에 대해 설명했다. 블랙웰 플랫폼을 발표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성능을 강화한 후속작을 공개한 것이다.
루빈에는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4 8개, 후속작인 '루빈 울트라'에는 HBM4 12개가 탑재될 예정이다. 계획대로 되면 루빈은 6세대 HBM이 탑재되는 첫 GPU가 된다. 황 CEO는 다만 구체적 사양에 대한 설명은 아꼈다. 루빈은 우주 암흑물질과 은하 회전속도를 연구한 미국 천문학자 베라 루빈의 이름을 따 왔다.
엔비디아는 앞으로 매년 신제품을 공개하겠다고 선언했다. 2년마다 내놓았던 신제품 개발 주기를 절반으로 단축한 것이다. 황 CEO는 “루빈 이후 GPU개발은 1년 단위로 진행될 것”이라며 “매년 새로운 제품에 대한 로드맵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앞서 2020년엔 암페어 기반의 'A100', 2022년엔 호퍼 기반의 'H100', 올해 3월엔 블랙웰 기반의 'B100'을 공개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줄서서 찾는 제품은 현재 H100이다. B100는 오는 3분기 양산에 들어가 연말부터 고객 손에 들어간다. 황 CEO가 B100이 출시되기도 전에 루빈을 공개한 건 AI 열풍으로 성능 좋은 GPU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걸 감지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의 신제품 출시가 빨라지면서 HBM을 개발하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그간 HBM3를 사실상 독점 공급해왔다. 2022년 6월부터 4세대 HBM3을 공급해왔고, 올 3월부터는 5세대 HBM3E 8단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삼성전자의 HBM3와 HBM3E에 대한 품질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