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 선정이 본격화하면서 신도시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경기 성남 분당, 고양 일산 등지에서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단지는 적게는 1억원, 많게는 3억원까지 호가가 치솟고 있다. 전문가들은 1기 신도시 재건축이 막을 올렸지만 투자에 나서기엔 불확실성이 많다고 지적했다. 당장 선도지구 선정 여부도 변수다. 급등한 공사비와 분담금 등 대외적인 숙제도 산적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물 사라진 분당 일대
2일 업계에 따르면 분당 시범단지(한양·삼성한신)와 양지마을(금호·한양 등), 정자일로(임광·서광·계룡·화인·한라) 등 역세권 대단지를 중심으로 호가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국토교통부가 지난달 22일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와 관련해 선정 규모와 기준 등을 공식화하면서 정비사업에 대한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사업성이 상대적으로 높고 선정 기준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주민동의율(60%)과 통합단지 규모 등을 고려했을 때 해당 단지가 선도지구로 선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청솔마을 계룡아파트 전용면적 55㎡ 호가는 최근 9억원가량에 형성돼 있다. 지난달 2일 매매가(8억5500만원·10층)와 비교하면 5000만원가량 올랐다. 시범한양 전용 59㎡ 역시 매도 호가가 5월 초 거래가격(9억3000만원·8층)보다 7000만원가량 올라 10억원을 넘어섰다. 청솔마을 서광아파트 전용 53㎡는 매물이 아예 자취를 감췄다.
대형 주택형은 호가 상승세가 수억원에 달한다. 학군이 좋아 인기 지역으로 꼽히는 분당구 수내동 양지마을 한양5단지의 전용 164㎡는 직전 실거래가보다 3억5000만원 높은 23억원까지 매도 호가가 올랐다. 수내동의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매물로 내놓은 집도 거둬들이면서 추이를 살펴보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넷째 주(27일 기준)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한 주 전보다 0.11% 올랐다. 올해 4월 말까지만 해도 마이너스(-0.07)였던 매매가 변동률이 5월 들어 급반등했다.
분당신도시는 선도지구 기준 물량이 8000가구로 배정돼 있다. 정부는 여기에 기준 물량의 50%를 더해 최대 1만2000가구를 재건축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통합재건축 참여 가구가 3000가구 이상이면 10점(만점)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오는 11월 선도지구 사업지로 3~4곳이 최종 선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선도지구 6000가구가 배정된 일산에서는 후곡마을 3·4·10·15단지와 강촌마을 1·2단지, 백마마을 1·2단지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평촌에서는 우성, 동아를 비롯한 꿈마을 4개 단지가 통합재건축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건축 마지막 기회”
이들 조합이 선도지구로 선정되려고 앞다퉈 나서는 것은 사업성을 크게 보전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선도지구로 지정되면 기부채납 비용으로 조합원이 부담하는 기반 시설 설치를 특별법에 따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대신해준다. 여기에 용적률 인센티브와 사업의 패스트트랙 지원, 각종 사업성 지원도 받을 수 있다. 조합원 사이에선 “재건축할 마지막 기회”라는 말도 나온다.각 지자체는 오는 25일 공모 지침을 공고하고 본격적인 선도지구 공모에 들어간다. 성남시는 최근 ‘분당신도시 선도지구 민관합동 TF 추진단’ 첫 회의를 열고 국토부 ‘선도지구 표준평가기준’에 따른 성남시 선도지구 공모 지침을 논의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선도지구 최종 선정은 올 11월이다.
정비업계에서는 사업성과 공사비 인상 등 고비용 구조를 감안하면 선도지구 선정 예상 단지 규모가 정부 발표를 크게 밑돌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선도지구 선정 때 사업성을 고려하지 않았고, 주변 인프라 개선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공사비 급등에 따른 조합원 분담금 증가와 그로 인한 주민 갈등 등으로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단기적 관점에서 1기 신도시 아파트에 섣부르게 투자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