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우크라이나 국영 기업인 STE가 제조한 무인수상정(USV) 부대가 흑해에 주둔한 러시아 해군을 급습했다. 이 공격으로 제해권을 뺏긴 러시아 육군은 해군의 후방 지원이 끊기면서 열세로 몰렸다. 이 ‘사건’은 USV에 대한 관심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대당 25만달러짜리 USV가 200만달러짜리 토마호크 미사일보다 효과적으로 작전을 수행하자 각국 해군은 USV 개발에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한국 해군도 정찰용 USV 양산에 나선다. 2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해군은 방위사업청을 통해 ‘정찰용 무인수상정 체계 설계 사업’을 지난달 31일 공고했다. 선체 길이 12m급 USV 두 척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총사업비는 약 420억원으로 2027년 12월까지 개발을 완료하는 게 목표다. 오는 11일 USV 사업 설명회를 열고 입찰제안요청서(RFP)를 공고한 후 다음달 23일까지 방산업체로부터 제안서를 받을 예정이다.
국방과학연구소는 2015년 군용 USV를 개발하기 위한 ‘개념 체계’ 사업을 시작했다. 개념 체계 사업은 개발에 필요한 부품과 기술을 확인하고 해군이 필요한 전투 기능을 충족하는 절차다. 이번 입찰은 전장에 배치할 수 있는 USV를 설계하는 사업이다.
방산업계에선 LIG넥스원과 한화시스템의 맞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두 기업이 이번 수주전에 주력하는 이유는 수출 때문이다. USV 시장이 초기 단계인 만큼 ‘트랙 레코드’가 중요하다. 세계 5위 수준인 한국 해군이 선택한 USV라는 점을 내세워 각국 해군을 공략하겠다는 취지다. USV를 운용 중인 나라는 미국, 중국, 우크라이나 정도다. 리서치업체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USV 시장 규모는 지난해 8억9400만달러에서 2033년 31억달러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LIG넥스원의 우세를 점치고 있다. LIG넥스원은 2015년부터 해군과 발맞춰 해검 2, 해검 3 등 USV 시제품을 개발해왔다. 지난해 국방기술진흥연구소가 공모한 무인함정 진·회수 시스템(LARS) 수주전에서도 LIG넥스원이 사업권을 따냈다. LARS는 무인 함정을 운용할 때 필수 기술로 자율주항과 귀환 과정에 쓰이는 기능이다. LIG넥스원은 지난해 11월 USV 전용 체계 통합 시험동을 준공했다.
LIG넥스원은 HD현대중공업과 컨소시엄을 이루고 있다. 한화시스템의 파트너는 한화오션이다. 방산업계에선 이번 수주전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자존심 대결이 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양사는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 프로젝트(KDDX) 초도함 수주를 위해 치열한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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