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첫 연립정부 탄생하나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날 발표된 사회연구재단(SRF)의 총선 전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집권 여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 지지율은 42.2%로 집계됐다. 제1 야당인 민주동맹(DA·21.6%), 제이컵 주마 전 대통령이 이끄는 신생 정당 움콘토 위시즈웨(MK·12.4%), 급진 좌파 제2 야당 경제자유전사(EFF·10.8%)가 뒤를 이었다. 이날 치러진 총선 결과가 여론조사대로 나올 경우 연립 정부 구성은 불가피하다. 남아공은 대통령이 국가원수와 행정부 수반을 겸하는 대통령제 국가지만, 대통령은 국민들의 직접 투표가 아닌 하원의 간접 투표로 선출된다. 대통령제를 택하고 있지만 사실상 의원내각제 국가에서 총리를 선출하는 방식과 유사한 것이다.
아파르트헤이트 폐지 후 처음 치러진 1994년 총선부터 2019년 총선까지는 ANC가 모두 60% 내외의 득표율로 하원 과반 의석을 차지했고, 대통령도 단독 과반 정당인 ANC 대표가 맡았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ANC의 득표율이 50% 미만일 경우 대통령 선출을 위해 한 개 이상의 정당과 연립해야만 한다.
실업률은 30%대까지 치솟아
ANC가 국민적 지지를 잃은 배경엔 ‘경제적 아파르트헤이트’라 불릴 정도의 심각한 빈부격차가 있다. 세계은행은 최근 남아공을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국가’로 분류했다. 여기에 실업률은 최근 32.9%까지 치솟았다. 범죄와 부패 문제도 심각하다. 남아공의 살인율은 20년 만에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올해 남아공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6022달러로, 2008년(6459달러)보다도 낮아졌다.ANC는 그동안 ‘남아공의 국부(國父)’로 꼽히는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의 후광과 아파르트헤이트에 대한 국민들의 뿌리깊은 반감으로 집권했다. 문제는 아파르트헤이트를 경험하지 않은 청년층에겐 소구력이 없다는 점이다. ANC 소속인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이날 “과반 득표를 확신한다”고 했지만, 존 스틴헤이즌 DA 대표는 “이번 총선은 1994년 이후 가장 중요한 선거”라며 “단독 과반을 확보하는 정당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남아공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투표 마감시간인 오후 9시가 넘었더라도 그전에 도착한 유권자가 남아 있는 투표소는 투표를 마칠 때까지 연장 운영한다고 밝혔다. 시 마마볼로 선관위원장은 “투표율이 2019년 총선(66%)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줄을 서 있는 모든 유권자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총선 최종 결과는 다음달 2일 발표될 전망이다. 새로 구성된 의회는 총선 결과 발표 14일 이내에 첫 회의를 열어 대통령을 뽑는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