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중국 온라인 쇼핑 공습 대책으로 해외 직구 시 ‘KC인증 의무화’ 방안을 지난 16일 내놨다. 그러나 해외 직구 이용자와 정치권으로부터 반발이 거세자 이틀 만인 18일 발을 뺐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위해가 되는 해외 제품 반입을 막겠다는 선한 취지는 좋았다. 그렇더라도 해외 직구 이용자와 전문가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 부작용에 대해 더 꼼꼼히 따져봤어야 했다.
나흘 뒤 정부는 교통사고를 줄인다는 취지로 ‘65세 이상 고령자 조건부 운전면허’ 도입을 발표했다. 교통약자인 어르신과 고령 생계형 운전자로부터 비판이 거세자 하루 만인 21일 한 발 물러섰다. 교통사고를 줄이는 건 정부의 당연한 책무지만 과도한 이동권 제한, 고령 택시기사가 대다수인 현실, 고령 생계형 운전자들을 위협하는 부작용에 대해 고민하고 대책을 내놨어야 했다.
시간에 쫓기듯 내놓은 설익은 정책 사례를 꺼낸 이유는 아무리 좋은 목적을 가진 선한 정책이라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작용이 항상 있다는 걸 말하고 싶어서다. 이해관계자가 많고 파급효과가 큰 정책일수록 부정적인 여파가 더 크게 마련이다. 중요한 정책일수록 시간을 두고 전문가 및 이해관계자와 소통하면서 예기치 않은 부작용에 대해 충분히 검토한 뒤 정책을 내놔야 하는 이유다. 해외 직구 KC인증 의무화 대책을 마련하면서 이용자와 전문가로부터 충분한 의견을 들었는지 궁금하다. 65세 이상 고령자 조건부 운전면허 대책을 마련하면서 65세 이상 고령자와 고령 택시기사, 고령 생계형 차량 운전자로부터 충분한 의견을 들었는지, 건강 수준 향상과 재정 부담을 고려해 고령 기준을 올리고자 하는 다른 정책과의 조화를 충분히 고려했는지도 궁금하다.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거나 반대를 무릅쓰고 도입한 대표적 정책으로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의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꼽힌다. 12년이 지났지만 당초 도입 목적인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은 살아나지 않고 국민 불편만 초래했다는 지적이 많다. 농어촌지역과 소도시 같은 배달 소외지역이 생기는 등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규제를 받지 않는 온라인 플랫폼이 규제로 발이 묶인 대형마트를 대신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더 위협하고 있다. 대형마트의 영업을 규제하니 더 크고 강력한 온라인 플랫폼이 떡 버티고 있는 현실은 어떻게 봐야 할까.
대형마트 영업규제뿐만 아니라 충분한 의견 수렴을 하지 않았거나 이런저런 이유로 반대가 많았음에도 도입한 정책(규제)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그땐 맞고 지금은 틀리면 지금 고쳐야 한다. 빠를수록 좋다. 얼마 가지 않아 틀릴 정책은 더더욱 내놓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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