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립선암에 이어 췌장암과 간암에도 중입자 치료 시대가 열렸다. 국내 하나뿐인 중입자 치료기를 가동하고 있는 연세암병원이 치료 대상 암종을 확대하면서다.
연세암병원은 28일 췌장암 3기 환자 김모씨(47)에게 회전형 중입자 치료기를 활용해 첫 치료를 시행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간암 3기 환자 이모씨(73)도 중입자 치료를 받았다. 암 형태 등에 따라 김씨는 매주 4차례 3주간 12회 치료를 받게 된다. 이씨는 1주일 동안 4차례 치료로 끝낼 계획이다.
김씨는 2021년 췌장암 3기 진단을 받고 수술이 힘든 상태에서 항암약물치료를 시작했다. 진단 당시 종양이 복부 혈관을 둘러싸고 있어 24차례 항암약물치료를 시행했지만 암이 계속 자라났다. 스텐트를 삽입해 황달 증상을 조절한 뒤 약제를 바꿔 항암약물치료를 지속하던 중 중입자치료를 결정했다.
2022년 간암 3기 판정을 받은 이씨는 수술을 받았지만 지난해 암이 재발했다. 수술을 한 차례 더 받은 뒤 항암치료를 시작했지만 올해 다시 재발 소견을 들었다. 면역항암제 치료를 받던 중 중입자치료를 위해 연세암병원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세암병원은 지난해 4월 국내 첫 중입자 치료를 시작했다. 당시 도입한 치료기기는 각도가 정해진 고정형이다. 주변에 영향 받는 장기가 없고 숨을 쉴 때도 장기 위치 변화가 없는 전립선암 치료만 시행했던 이유다.
이날 가동을 시작한 회전형은 암 위치에 맞춰 적절한 각도로 기기를 돌릴 수 있다. 360도 모든 각도에서 입자를 쏠 수 있어 주변에 다른 장기가 있는 췌장암 간암 등에도 적용 가능하다.
연세암병원은 고정형 1대와 회전형 2대를 가동했다. 숨을 쉴 때마다 암 위치가 함께 움직여 치료 난도가 높은 폐암 치료도 곧 시작할 계획이다. 이후 두경부암 등 여러 암종으로 치료 대상군을 늘리기로 했다.
탄소입자를 가속시켜 암 세포만 조준해 파괴하는 중입자 치료는 정상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일본에선 췌장암 중입자 치료 후 2년 생존률이 56%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간암은 68%였다. 항암 치료 등 기존 치료로 암 세포를 줄인 뒤 중입자 치료를 병행하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란 평가다.
금웅섭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췌장암과 간암은 주변 정상 장기가 많고 발견이 늦는 일이 흔해 수술이 어려운 환자가 많다"며 "중입자 치료는 이런 환자에게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