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극복을 위한 밸류업 정책의 핵심 중 하나는 주주환원 증가다. 주주환원은 기업의 이익을 주주들에게 현금으로 돌려주는 것으로써,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이 주를 이룬다. 주주환원은 주주 입장에서는 투자 수익을 얻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한국의 주주환원율은 선진국은 물론 신흥시장과 비교해도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이 2014~2021년 45개국 증시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현금배당을 총자본으로 나눈 비율은 분석 대상 국가 중 27~45위,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 금액을 총자본으로 나눈 비율은 더 낮은 37~45위를 오갔다. 현금배당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배당성향도 지난 10년 평균이 26%로 신흥시장 평균 40%, 선진국 평균 50%에 크게 못 미쳤다.
재무이론에 따르면 주주환원이 증가한다고 무조건 기업가치가 제고되는 것은 아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당기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자기자본비용보다 높을 경우 주주환원을 줄이고 사내유보를 늘리는 것이 기업가치를 제고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주주환원을 확대하는 것이 기업가치를 높인다. 논리는 단순하다. 자기자본비용이란 주주들이 해당 기업과 비슷한 특성과 위험을 지닌 다른 기업에 투자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기회비용인 반면 ROE는 자신들이 주주인 기업에 재투자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수익률이다. ROE가 자기자본비용보다 높으면 현재 주주인 기업에 재투자하는 것이 비슷한 다른 기업에 투자하는 것보다 이익이 되므로 주주환원을 받기보다는 사내유보를 통해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는 게 더 유리하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 기업의 이익을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을 통해 환수해 비슷한 다른 기업에 투자하는 게 더 이익이 된다.
문제는 우리 기업의 ROE가 매우 낮고 하락 중이라는 것이다. 2014~2021년 우리 기업의 ROE는 7.54%로 선진국의 9.5%, 신흥시장의 11.39%에 크게 못 미쳤다(자본시장연구원). 자기자본비용과 비교해도 ROE는 낮은 수준이다. 김우진·임지은 교수가 2000년부터 2023년까지 비교한 결과, 우리 기업의 평균 자기자본비용은 8~12%인 반면 평균 ROE는 -8%~-1%에 머물렀다. 개별 기업별로 봐도 3분의 2 이상의 기업은 자기자본비용이 ROE보다 높다. 주주환원을 늘려야 기업가치가 제고되고 주가가 상승할 수 있는 기업이 다수인 것이다.
한국 기업의 ROE가 낮다는 것은 우리 경제 전반으로 생산성과 향후 성장성이 뒤처지면서 역동성을 상실하고 있다는 뼈아픈 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기업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지 못한다면 벌어들이는 수익을 주주들에게 돌려주는 것이 마땅하나 우리 기업들의 지배구조와 배당 관련 세제, 자사주 매입 법령 등의 특성상 그렇지 못한 것이 결과적으로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주식회사에서 주주환원은 조달받은 자금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한 기업이 투자 위험을 감수하면서 기업에 자금을 제공한 주주들에게 금전적 보상을 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국가에 비해 높은 현행 배당 관련 세율을 고려할 때 지배주주 입장에서는 주주환원을 확대할 경우 자신에게 돌아올 현금은 현저히 줄어들므로 주주환원을 늘릴 이유가 없다. 선진국은 자사주 매입을 주주환원의 주요한 수단으로 활용해 이미 배당보다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시기와 금액, 세제에 있어 자사주 매입이 배당보다 기업이나 투자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주주환원을 늘리기 위해서는 기업과 지배주주들이 배당을 확대할 수 있도록 배당 관련 세율을 실효적으로 낮추는 것이 우선적이다. 자사주 매입이 주주환원으로 제대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기업 분할 시 자사주에 주식을 배정하는 법령을 개정하고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것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최근 정부가 배당에 부과되는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며 대기업을 중심으로 배당을 늘리면서 배당성향이 40%에 근접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주주환원에 대한 인식과 제도를 개선해 우리 주식의 가치를 제고하고 자본시장 발전이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