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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韓·日 협력 필수…FTA 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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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대한상공회의소 회장·사진)은 23일 인공지능(AI) 붐으로 수요가 증가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에 대해 “일본이나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 생산할 수 있는지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이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의 인터뷰에서 “SK하이닉스는 국내 증산 외 추가 투자가 필요한 경우 해외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밀려드는 HBM 주문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생산 거점 신설 조건으로는 “청정에너지 조달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공급망 전체의 이산화탄소 감축을 요구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날 일본 도쿄 데이코쿠호텔에서 ‘아시아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닛케이 포럼’에 참석한 뒤 닛케이와 만났다.

최 회장은 “반도체 분야에서 일본 장비·소재 업체와 협력 및 투자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AI용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분야 제조에서 일본 공급망과의 협력이 필수라는 설명이다. 반도체 연구개발(R&D)과 관련해서도 “새로운 R&D 시설 설치나 일본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를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SK하이닉스는 일본 낸드플래시 업체 키오시아의 지분 약 34%를 간접 보유하고 있다. 최 회장은 “투자자로서 키오시아의 성장을 바라고 있으며 필요하다면 적절한 발언을 하고 싶다”고 했다. 키오시아는 미국 웨스턴디지털(WD)과의 경영 통합 및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반도체 공장과 관련해선 “중국 사업은 효율적으로 유지할 것”이라며 당분간 사업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최 회장은 이날 인터뷰에 앞서 닛케이 포럼 발표자로 나섰다. 그는 “한국과 일본의 협력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가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대로는 양국 모두 세계 무대에서 위상이 추락하고 경제생존 문제로 이어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양국 협력이 필요한 이유로 세 가지를 들었다. 두 나라 모두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고, 수출 주도형 경제 구조를 갖추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이 분절되며 새로운 모델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는 진단이다. 여기에 AI발(發) 에너지 수요 폭증으로 기존의 독립적 경제 모델은 작동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양국이 협력하면 시너지가 크다는 분석도 내놨다. 최 회장은 “양국이 관세를 철폐하면 ‘윈윈 효과’가 크다”며 “국내총생산(GDP)과 소비자후생 모두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각자 가진 시장만으론 규모가 작다”며 “양국이 합치면 6조달러가 넘는 GDP, 3만달러 이상 고소득자 2억 명의 시장으로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서 나아가 한·일 자유무역협정(FTA)도 검토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민간이 먼저 나서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연구하고 실제 성과를 끌어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협력 분야로 액화천연가스(LNG)를 들었다. 양국 공동 구매 시 최소 2~4% 싸게 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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