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태양광 기술을 선점한 국가는 아직 없습니다. 한국에도 기회가 있으니 정부와 기업이 발맞춰 빠르게 기술을 개발해야 합니다.”
김대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미래혁신연구센터장(사진)은 2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국이 뛰어든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한국도 얼마든지 기술 표준을 주도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김 센터장은 국내에서 우주 태양광 개발을 이끄는 몇 안 되는 연구자 중 한 명이다. 한국 최초의 달 탐사선 ‘다누리’ 개발과 발사도 김 센터장이 총괄했다.
김 센터장은 “한국이 출발은 몇 년 늦었지만 2040년 이후 상용화라는 장기 관점에서 보면 다른 국가와 격차가 크지 않다”며 “한국은 전기전자, 통신, 에너지 등 우주 태양광에 필요한 기저 기술이 뛰어나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했다. 이어 “기관과 기업 한두 곳이 연구개발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지금부터 국가 차원에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산악 지형이 전체의 70%라 지상 태양광을 깔기 어렵다는 점에서도 우주 태양광은 반드시 확보해야 할 기술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김 센터장은 장차 우주 태양광 개발과 관련해 글로벌 협력 체제가 구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무한대 에너지로 통하는 핵융합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미국 EU 일본 한국 등 7개국이 모여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프로젝트를 하는 것처럼 다국적 협력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 센터장은 “미국이 주도하는 아르테미스 달 탐사 프로젝트에 한국이 참여하고 있지만 기여할 수 있는 기술은 사실 불분명하다”며 “우주 태양광 국제 협력에서도 이런 상황이 반복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우주항공청이 이달 27일 문을 열면 우주 태양광 개발 논의가 더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 센터장은 “우주항공청이 투자할 미래 기술 중 우주 태양광도 대상에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우주 태양광 기술을 확보하면 우주 탐사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령 달 궤도에 우주 태양광을 띄우면 달 탐사에 필요한 에너지를 우주 현지에서 빠르게 조달할 수 있다. 김 센터장은 “우주를 탐사할 때 ‘파워 이즈 킹(전력이 왕이다)’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라며 “에너지 안보뿐 아니라 우주 탐사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우주 태양광 기술은 반드시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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