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가 연일 상승 랠리를 펼치고 있지만 국내 증시는 게걸음하고 있다. 특히 대만 증시의 시가총액은 국내 시가총액을 뛰어 넘었다. 증권가에선 국내 증시가 대만에 비해 인공지능(AI) 관련 수혜는 적고, 중국 경기 둔화 영향을 크게 받아 부진한 흐름을 보인다고 분석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2일 보고서를 통해 "미국 등 주요국 증시의 사상 최고치 랠리가 이어지고 있다"며 "연초까지 극도로 부진하던 중화권 증시도 반등하고 있지만, 국내 증시는 글로벌 강세장에서 소외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대만 증시와 격차가 커진 점도 지적했다. 대만 가권지수는 올해 들어 18.4% 올랐지만 코스피는 2.6% 상승하는 데 그쳤다. 양국 시가총액 차이도 벌어지고 있다. 그는 "대만과 한국간 주가상승률 차별화도 눈에 띄는 부분이지만 대만과 한국간 시차총액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며 "이는 대장주의 차별적 주가 흐름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만 증시 대장주 TSMC 주가는 올 들어 40%이상 올랐다. 반면 삼성전자는 0.1% 하락했다. 이에 대해 박 연구원은 "TSMC와 삼성전자간 시가총액 격차도 크게 확대되고 있고, TSMC와 삼성전자간 시가총액 격차 확대는 양사의 경쟁력이 예상과 달리 확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대미 수출도 양국 증시간 차별화에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한국의 대미 수출도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보이고 있지만 대만의 대미 수출 증가폭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만 TSMC 등 반도체 업체들이 미국 AI 붐의 수혜를 받고 있기 때문"이라며 "결국 반도체를 중심 첨단산업 공급망 재편 속 대만이 한국에 비해 아직까지 상대적으로 큰 수혜를 받고 있음이 한국과 대만 증시간 차별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경기의 영향도 차별화 요인으로 꼽았다. 박 연구원은 "한국과 대만 모두 중국 경기 둔화라는 공통적 분모는 같다"면서도 "한국 제조업의 경우 대만과 달리 중국 제조업과의 경합관계가 심화하고 있으며 전기차 및 2차전지 등 일부 첨단산업 부분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어 대만에 비해 한국이 중국 쇼크를 크게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당분간 국내 증시 소외 현상은 이어질 것으로 봤다. 박 연구원은 "다행히 최근 들어 중국 경기가 반등하는 등 긍정적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AI 사이클에 대만 업체들이 한국 업체에 비해 경쟁력을 유지한다면 한국과 대만간 차별화 현상 혹은 한국 증시의 소외현상이 해소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