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어제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수장을 경계현 사장에서 전영현 미래사업기획단장(부회장)으로 전격 교체했다. 정기 인사철이 아닌 데다 DS부문이 첨단 분야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시점에 단행된 것이어서 사실상 경질 인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삼성 DS부문은 지난해 15조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을 냈지만 올해 1분기엔 1조9100억원의 영업이익으로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하지만 잔칫집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다. 경쟁 회사인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2조8860억원에 크게 뒤져서다. 삼성 DS부문이 SK하이닉스에 비해 매출 규모가 2배나 큰데도 영업이익이 적은 것은 기존 메모리 반도체보다 수익성이 3~4배 높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주도권을 넘겨줬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AI)가속기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에 HBM을 독점 공급하고 있으며 TSMC와 차세대 HBM 개발 동맹까지 맺었다. 삼성은 지난 3월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이 삼성의 12단 HBM3E 제품에 대해 ‘JENSEN APPROVED(젠슨 승인)’라고 서명하면서 기대를 키웠지만 아직까지 계약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삼성은 파운드리 분야에선 TSMC에 크게 밀리고 있다. 대규모 투자와 연구개발(R&D)을 거듭하고 있지만 지난해 4분기 점유율은 11.3%로 61.2%의 TSMC와는 비교 자체가 힘든 실정이다. 삼성은 이와 함께 내부 분위기도 느슨해졌다는 진단을 듣고 있다. 수평적 문화 정착을 위해 소통을 강조했지만 되레 위기에 둔감한 문화가 형성되고 구성원들의 ‘내몫 챙기기’ 풍조를 불렀다는 얘기가 나온다.
삼성 DS부문은 삼성그룹뿐 아니라 우리 경제 전체의 기술력 고도화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주도해 왔다. 지금도 수출의 10% 이상을 담당한다. SK하이닉스가 있다고는 하지만, 반도체산업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절대적이다. 삼성 DS부문이 비상한 각오로 복합위기를 넘어야 하는 이유다. 구원투수로 등장한 전 부회장은 2015~2016년 DS부문을 이끈 경험이 있다. 삼성의 메모리 반도체를 세계 최고로 끌어올린 주역 중 한 명이다. 그가 이끌 변신과 혁신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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