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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예술은 거북하다. 한눈에 봐도 보기 좋은 아름다움보다 선전·선동을 위한 자극적인 표현에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미술을 통해 사회에 대해 발언한다’는 민중미술이 아이러니하게도 시민의 곁에서 멀어지게 되는 이유다.
최근 수원시립미술관에서 열린 ‘2024 아워세트: 성능경×이랑’ 전시는 조금 다르다. 저항의 뜻을 담았다고 하는데 무겁지 않게 흥미를 자극한다. 1944년생 한국 1세대 전위예술가 성능경과 1986년생 청년 싱어송라이터 이랑은 말한다. “삶이 어려워도, 예술은 쉬워야죠.”
각각 시각예술과 대중음악에서 활동하는 두 예술가는 42년의 나이 차이를 넘어서 사진과 설치, 영상, 사운드, 앨범 등 33점을 한 공간에 배치했다. 수원시립미술관의 ‘아워세트’ 기획전은 서로 다른 매체를 다루는 창작자 둘을 연결하는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의 브랜드 전시다. 성능경의 설치작품을 배경으로 이랑의 음악이 흘러나오고 뮤직비디오가 상영된다. 세대 갈등과 남북한 관계, 언론 통제 등 사회 이슈를 각자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이들의 작품은 ‘따로 또 같이’ 호흡한다.
두 작가가 다루는 주제는 직관적이다. 실험미술과 독립 음악이라는 낯선 장르에도 불구하고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폐플라스틱을 활용해 만든 성능경의 ‘백두산’은 이랑의 뮤직비디오 ‘임진강’과 함께 전시됐다. 통일을 상상하며 만든 성능경의 ‘대동여지도’와 이랑의 ‘어떤 이름을 가졌던 사람의 하루를 상상해본다’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이들을 하나로 묶는 키워드는 ‘저항’이다. 전시장 입구에 설치된 영상작품 ‘이랑+성능경+빈의자’(2024)부터 이들의 삐딱한 시선을 암시한다. 두 작가가 의자에 앉는 대신, 의자가 오히려 이들 위에 얹혀 있다. 지배와 종속의 관계가 역전된 상황은 두 작가가 지금까지 추구해온 예술의 방향과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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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에서 두 예술가는 다양한 방식으로 돈과 물질로 점철된 세상에 저항하고 있다. 반세기 넘도록 예술계의 비주류를 자처한 70대 작가 성능경과 30대 아티스트 이랑의 협업이 이색적인 시너지를 불러일으키는 이유다.
“젊은 분과 미술 행위를 하는 저는 단 하나도 아쉬울 게 없어요. 상상력이 많은 사람을 좋아하는데, 이랑이 딱 그런 것 같아요. 훌륭한 가수와 전시를 함께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성능경)
“그동안 해온 작업이 미술관에서 전시된다는 사실에 감격스러웠어요. 무엇보다 매일 메모하고 시리즈를 만드는 성 작가님의 성실함, 그 미술 태도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이랑) 전시는 8월 4일까지.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