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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금까지 다 날렸어요"…대박 노렸던 개미들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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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신라젠 티슈진처럼 되는 거 아닌가요.”
“전세 자금까지 다 날렸습니다. 역시 K바이오는 믿을 게 못됩니다.”


지난 17일 불거진 바이오 벤처 HLB의 하한가 사태가 20일까지 이어졌다. 항암 치료제 ‘리보세라닙’의 미국 신약 승인 불발 이후 HLB의 시가총액은 2거래일 만에 6조원 넘게 증발했다. 개인투자자들은 과거 신라젠 티슈진 사태처럼 후폭풍이 바이오주 전체를 덮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시가총액 6조원 넘게 증발

HLB는 이날 코스닥 시장에서 29.96% 하락한 4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HLB는 지난 16일까지만해도 코스닥 시가총액 2위 기업이었지만 연속 하한가 기록에 에코프로, 알테오젠에 밀리면서 4위로 주저 앉았다. 시총은 12조5335억원에서 6조1497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2거래일 새 6조3838억원이 증발한 것이다.

HLB는 부산은행 뱅커 출신인 진양곤 회장이 구명정 기업인 현대라이트보트를 기반으로 인수합병(M&A)를 통해 45개 계열사로 키워낸 기업이다. 실적은 줄곧 적자였지만 신약 허가 기대에 힘입어 올들어 주가가 2배 넘게 급등했다.

HLB는 리보세라닙의 적응증을 간암 1차 치료제로 넓히기 위해 중국 항서제약의 면역항암제 캄렐리주맙과 병용 요법을 통한 미국 시장 진입을 기대했다. 하지만 지난 17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보완 요청을 받았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과거에도 바이오주 폭락사태는 수차례 있었다. 2016년9월에는 한미약품의 표적 항암제 권리반환 소식에 전체 바이오주가 급락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2019년4월에는 코오롱티슈진이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 사태’에 휘말리면서 폭락했다.

2019년8월에는 코스닥시장 시총 2위로 바이오 열풍의 주역이었던 신라젠이 3연속 하한가를 맞았다. 항암제 펙사벡이 미국 임상 도중 중단 권고를 받으면서 폭락이 시작됐고 경영진의 배임혐의까지 불거지며 결국 주가가 10분의1토막났다. 티슈진·신라젠 사태 이후 투자심리가 차갑게 식으면서 바이오주는 한동안 암흑기를 겪었다.
"진양곤 회장 말 못 믿겠다"...뿔난 개미들


바이오주의 급락 사태가 벌어질 때마다 개인투자자들은 큰 손해를 입었다. 한번 불이 붙으면 수십배씩 뛰는 바이오주의 특성상 일확천금을 노린 개인들의 자금이 많이 몰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들이 모이는 온라인 주식카페 등에선 "회사 측에서 FDA 원문을 공개해야 한다" "실패원인을 명확히 공개하지 않으면 진 회장이 하는 말을 더 이상 믿지 못하겠다" "다시는 바이오주 쳐다보지도 않는다"는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HLB사태가 다른 바이오주로 전이될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 실제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0.25%), 차비이오텍(0.76%), 휴젤(4.47%), 알테오젠(0.21%) 등은 상승 마감했다.

HLB그룹주 중에서도 HLB이노베이션(11.57%), HLB바이오스텝(4.09%), HLB파나진(2.93%), HLB테라퓨틱스(2.40%) 등은 지난 17일 하한가에서 벗어나 반등에 성공했다.

강대권 라이프자산운용 대표는 “2020년전까지 바이오는 생소한 업종이었지만 이후 수년간 경험이 쌓이면서 투자자들도 학습효과를 얻었다”며 “HLB 사태가 다른 바이오주의 펀더멘털(기초체력)과 관련성이 적은 만큼 전체 바이오주가 흔들릴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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