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를 비롯한 다양한 국제 사회가 기후 소송을 개최하는 시점에서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한 기후 정의 관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기후 위기 활동가들은 평범한 사람도 기후 정의 활동에 함께 참여할 수 있다고 격려한다.
특히 청소년 활동가들은 환경 MBTI 온라인 콘텐츠, 플로깅 행사, 기후 위기 문학 활동 등 일상 속 변화로 기후 위기 활동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을 마련했다. 이들이 만든 작은 일상의 변화들과 국제 사회 변화 흐름들을 살펴본다.
기후 위기 문제 해결은 구조적 차원의 문제
국제 환경 단체 ‘그리너 이즈 클리너(Greener Is Cleener)’ 대표 성지현(18·여) 청소년 활동가,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인천지부 소속 현마(활동명) 청소년 활동가는 기후 위기를 발생시킨 구조적 문제를 지적한다. 성지현 활동가는 청소년 대상 환경 교육이 부재한 교육 환경을 개선하고자 ‘그러 이즈 클리너(Greener Is Cleaner)’를 설립했다.현마 활동가는 대학 입시를 치르며 자본주의 체제가 요구하는 경쟁적 현실에 문제의식을 느껴 활동을 시작했다. 현마 활동가는 “자연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를 착취하는 구조가 기후 위기를 불러왔기 때문에 기후정의 관점의 체제 전환이 필요하다”며 “기후 위기를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닌 사회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정의는 1992년 리우 회의에서 발표된 '공통의 그러나 차별화된 책임(CBDR, common but differentiated responsibilities)'이라는 개념에서 유래한다. 이 회의에 참석한 국가들은 모든 국가가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공통 책임을 지고 있으나, 주요 선진국이 기후변화에 더 적극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차별화된 책임'에 동의했다. 리우 회의 이후 국제 사회는 2015년 파리 협정에서 기후정의가 본격적으로 논의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기후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후변화에 책임이 큰 사회가 그에 상응한 책임을 지고 인종, 소득, 거주 지역 등 기후 위기에 취약한 계층의 사람을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한다. 기업 역시 기후변화의 직접적 원인인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저탄소 녹색 성장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며, 그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전통 산업에 종사한 노동자의 고용 불안을 해소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한국의 기후정의 운동은 2011년 5월 환경·노동·시민단체·정당 20곳이 모여 ‘기후정의연대’를 출범시키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기후 위기가 단지 환경 문제가 아니라 경제적·사회적 불평등이 연결된 문제라며, 정의로운 기후 위기 대응을 주장했다. 2019년부터 다양한 시민 사회가 모여 기후정의를 위한 대규모 집회가 이어졌다. 성지현 활동가와 현마 활동가 모두 유엔 청년기후 행동 회의 이후 개최된 2019년 ‘기후를 위한 결석 시위’와 2023년 ‘923 기후정의행진’에 참가했다. 현마 활동가는 “2023년 923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해 다양한 얼굴을 마주한 게 가장 벅찼다”고 덧붙였다.
기후 위기 활동도 쉽고 재미있게! 작은 노력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든다
기업, 사회, 국가만이 기후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또는 기후정의라는 관점 자체를 무겁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기후 위기 활동가들은 기후 위기 활동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 일상적인 삶을 바꾸는 즐거운 일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성지현 활동가는 자신의 기후 위기 활동이 “터닝포인트”가 됐다고 표현했다. 성지현 활동가는 기후 위기 활동을 이어 나가며 거식증을 극복하고 정신적, 신체적 회복을 할 수 있었다. 현재 그의 목표는 더 많은 청소년이 재밌게 환경 활동을 이어가도록 꾸준히 동기를 마련하는 것이다.
성지현 활동가는 교내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플로깅 행사를 개최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기후 위기 활동을 놀이처럼 즐겨서 좋았다”며 “기후 위기는 먼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인식을 확산하기 위해 성지현 활동가는 환경 MBTI 게임 콘텐츠를 만들어 기후 위기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드는 콘텐츠를 개발하는 데에도 노력하고 있다. 그는 “환경 활동 자체가 일상과 연결되어 있기에 운동이나 단체 활동이 아니더라도, 모든 평범한 사람이 시작할 수 있다”며 “환경 활동을 시민으로서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당연한 의무로 받아들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소년과 함께 쓴 기후 위기 시집 ‘알았으면서도’를 출판한 김현정 작가 역시 사소한 계기가 기후 위기 문제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김씨는 ‘나 하나 노력한다고 문제가 해결되겠어?’라는 생각을 바꾸기 위해 기후 위기 시집을 출판했다. 책, TV 프로그램, 유튜브 콘텐츠 등 기후 위기 문제에 쉽게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콘텐츠가 많아져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기후 위기 문제 자체가 거시적이기에 한 사람만의 힘으로 해결하기보다 함께 행동하는 사람을 만들어 확산하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었다.
김씨는 기후 위기 관련 독서 토론 강의, 기후 위기 시 창작 활동을 하며 많은 청소년이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는 기후 위기 시를 창작한 청소년들이 시를 쓴 이후로 텀블러 사용을 생활화하거나 적극적으로 다회용기를 사용하자고 말하는 모습을 발견했다고 일화를 전했다. 김씨는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시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기후 문제를 위해 행동하는 사람을 만들 수도 있다고 이야기하면 진지하게 시를 쓰기 시작한다”며 “기후 문제는 영향력 있는 사람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는 인식을 전환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기후 문제에 대한 인식이 우리 일상에 스며들도록 만드는 방법을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후 소송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
청소년과 시민 사회가 기후 위기에 대해 목소리를 내며 기후 소송이 개최되는 양상은 국제 사회의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발간하는 <2023 글로벌 기후소송 리포트>에 따르면, 2022년 12월 65개 관할권에서 2180건의 기후 관련 소송이 제기됐다. 2017년 884건에 비하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4월 23일 한국 헌법재판소도 아시아 최초로 기후 소송 공개 변론을 개최했다. 청소년이 기후 위기에 대해 꾸준히 목소리를 낸 결실이었다.
이번 한국의 기후 위기 소송이 주목받는 이유는 기후 위기가 인권침해를 수반한다고 주장하는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환경단체 위르헨다가 2013년 네덜란드 정부를 상대로 기후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지 않다며 소송을 제기해 2019년 대법원으로부터 승소 판결을 이끈 것이 그 시작이었다.
이후 2020년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독일 정부의 탄소 제로(0) 정책 목표가 불충분하다며 위헌 판결을 내렸다. 특히 지난 9일 유럽인권재판소는 ‘스위스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아 고령자의 인권을 침해했다’고 결정했다. 유럽인권재판소의 판결은 기후 위기가 기본권 침해를 가져온다는 선례를 제시해 우리나라의 기후행동과 기후소송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된다.
헌법재판소 기후 소송의 2차 공개 변론은 다음 달 열릴 예정이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김윤영 대학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