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구개발(R&D)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폐지하기로 하자 과학계에서 상반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7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R&D 예타를 전면 폐지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이 폐지 방침을 밝힌 이유는 지난해 R&D 예산 삭감으로 커진 과학계 불만을 달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장에선 통상 1년이 걸리는 예타 때문에 R&D 적기를 놓치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돼왔다.
예타는 선심성 사업 시행에 따른 재정 낭비를 막기 위해 1999년 도입됐다.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면서 재정 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사업을 대상으로 한다. 예타를 전담하는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기관 해체가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책 기조가 일관되지 않아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과학계 한 인사는 “지난해 예산을 삭감해놓고 선거에서 패배하자 예타를 갑자기 없앴다”며 “연구원 채용 등 연구실 운영 계획을 짤 수 없다”고 말했다. 국회 논의 과정도 변수다. 예타 폐지는 국가재정법 38조 개정 사항이다.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연구자 의견을 반영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지 무턱대고 폐지하란 뜻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천억원대 규모에 달하는 R&D 사업이 예타 없이 통과되면 하위 사업에서 부정이 발생하는 일을 막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연구기관이 기업에 사업을 위탁하고 해당 사업 일부를 특정한 교수에게 주거나 연구기관이 해당 기관 출신 교수에게 과제를 몰아주는 경우 등이다. 서울대 C교수는 “선진국도 사업비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타당성을 평가한다”며 “깜깜이 예산 편성, 인맥에 의한 나눠 먹기식 분배 등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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