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국민연금을 ‘더 내고 더 받는’ 안(이하 A안)을 선택했다는 뉴스가 지난달 화제가 됐다. 선택받지 못한 방안(이하 B안)의 내용은 보험료만 더 내고, 받는 금액은 현재 국민연금 소득대체율과 같다는 내용이다. 그러니까 노후에 연금 지급액을 지금보다 더 많이 받는 것이 국민연금의 재정 안정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 청년들이 대세였다는 식이다. 게다가 이런 MZ의 입장을 대변하는 인터뷰에는 언제나 그들이 다음과 같은 뉘앙스로 A안을 선택했다는 문장이 달라붙었다. ‘많이 달라면 많이 낼 건데, 나중에 돌려줄 수는 있고?’
숫자를 쪼개보자. 20대에서 노후소득을 중시하는 A안을 선택한 비율은 53%, 국민연금 재정 안정을 중시하는 B안을 선택한 비율은 45%였다. 더 내고 더 받겠다고 응답한 20대가 절반을 넘기는 했지만, 재정 안정을 선택한 비율도 결코 ‘소수’라고 부를 수 없는 숫자다. 30대는 20대와 달리 48%가 A안을, 51%가 B안을 선택했다. 결론을 두고 보면 20대와 한 그룹으로 묶을 수 없고, 선택의 비중으로 보자면 사실상 의견이 절반으로 갈려 어느 한쪽이 절대적인 우위에 있다고 해석하기 어렵다. 40대나 50대라고 해서 압도적인 표 차이가 난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MZ의 선택만 꼭 짚어 화제가 된 이유가 무엇일까?
MZ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기적이라는 이미지 탓이 클 것이다. 단순하게 봤을 때 경제활동을 막 시작한 젊은이들이 ‘내가 받을 것’만 생각하는 모습이 차갑게 보이기도 한다. 해당 개혁안은 이미 좌초됐고, 국민연금 제도가 MZ의 노령기까지 그대로 유지되리라는 보장도 없다. MZ의 절반이 국민연금 재정 안정을 선택지에서 지운 건 어차피 지속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판단을 한 셈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 겹만 들춰보면 그 차가움은 사랑하는 가족은 물론 자기 자신을 스스로 책임지고 싶은 의지와 혹시 제 능력이 부족하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이 섞인 결과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공격적이고 이기적인 이미지로 주위에 비치는 MZ는 그저 너무나 빨리 변하는 미래가 불안할 뿐이다. 어피티에서 국민연금 관련 내용을 전달할 때는 반드시 사적연금이나 주택연금제도를 언급한다. 특히 주택연금에 대한 호응이 높다. 은퇴를 앞둔 부모님과 함께 지금부터 미래를 대비할 수 있다는 안도감이 느껴진다고 한다. 불안해하는 사람을 달랠 때는 양극단의 의견 모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실적이고 차근차근 준비할 수 있는 여러 안을 제시해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고 느끼도록 해야 한다. 개혁은 승패가 갈리는 승자 독식 선거가 아니다. 더구나 이렇게까지 비슷한 규모의 두 그룹이 생길 때는 반드시 중재와 타협이 필요하다. 정답은 선택지 밖에 있다는 뜻일 수도 있다.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