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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큰그림 못 그리고…과기·산업·문화부 '따로국밥'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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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부처가 인공지능(AI) 규제 법안을 경쟁적으로 쏟아내면서 ‘누더기 규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요 국가들은 AI 제도를 차근차근 마련하고 있는데, 한국 AI 규제만 얼기설기 짜이면 국내 기업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제정법 쏟아내는 정부

정부 부처들이 경쟁적으로 개별 AI 법안과 가이드라인을 쏟아내고 있는 건 미래 산업의 핵심이 될 AI 규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17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국회에 계류돼 있는 AI 기본법(과학기술정보통신부 안) 외에 AI 산업활용 촉진법(산업통상자원부), AI 서비스 이용자 보호법(방송통신위원회) 등이 새롭게 추진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저작권 영역에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개인정보 활용 영역에서 별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

문제는 경쟁적인 규제로 산업 현장이 겪는 혼란이다. 현장에선 데이터를 어느 수준까지 쓸 수 있는지조차 불분명하다. 특정 데이터를 활용해 AI 서비스를 개발했다가 뒤늦게 규제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 생성형 AI 스타트업 관계자는 “큰 방향이 없는 상황에서 각개전투로 개별 규제가 쏟아지니 사업 결정을 하기가 힘들다”고 했다. 특히 이용자 보호에 초점을 맞춘 방통위 법안에 대한 우려가 크다.

각 부처가 규제 경쟁에 나선 한국과 달리 주요 국가는 통일된 제도를 빠르게 구축해나가고 있다. 미국은 2020년 ‘국가 AI 이니셔티브법’ 제정과 함께 AI 분야에 17억달러(약 2조3000억원)를 쐈다. 지난해 5월 AI 전략회의를 신설한 일본은 생성 AI를 중심으로 법 정비를 추진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3월 빅테크의 대규모언어모델(LLM)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내용의 AI법을 최종 승인했다. 역내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한국의 AI 제도가 글로벌 표준에 발맞추지 못하면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은 갈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해원 국립목포대 법학과 교수는 “EU 규제를 준수하려면 시간과 비용이 들고, 유럽 시장에 나가려는 한국 스타트업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 기업들이 뒤늦게 글로벌 기준에 서비스를 맞추려면 부담해야 할 비용이 적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 “늦으면 바로 도태될 것”
‘AI산업의 헌법’으로 불리는 AI 기본법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1년 넘게 계류돼 있다. 이 법안은 AI 제도의 큰 방향을 제시한다. AI 관련 법안이 우후죽순 나오는 상황을 막는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언제 국회 문턱을 넘을지 미지수다. 리걸테크 스타트업 BHSN의 임정근 대표는 “통일된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나름의 합리적 기준에 따라 일을 진행했는데, 나중에 제정된 법의 기준과 맞지 않는다면 누가 책임을 지느냐”고 토로했다.

이미 한국의 AI 경쟁력은 세계 주요 국가에 비해 뒤처져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 중심 AI연구소(HAI)에 따르면 AI의 바탕 기술인 중요 머신러닝 개발에서 한국은 경쟁력 없는 국가로 분류됐다. 미국은 지난해 고성능 머신러닝 기술을 61개 개발했고, 중국(15개), 프랑스(8개), 독일(5개)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은 1개로 10위권에 들지 못했다. 한 투자사 대표는 “오픈AI가 GPT-4o를 공개하는 등 AI 발전 속도가 소름이 끼칠 정도”라며 “지금 ‘골든타임’을 놓치면 한국은 영영 따라잡지 못할 수 있다”고 했다.

과거에도 부처들이 규제 경쟁을 하면서 ‘누더기 제도’가 나오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AI산업의 기초가 되는 데이터 관련 법이 대표적이다. 특허청, 산업부, 과기정통부가 모두 데이터 관할권을 주장하며 부정경쟁방지법, 산업디지털전환촉진법, 데이터기본법 등을 쏟아내 중복 입법 문제가 제기됐다. 데이터기본법은 데이터 보호 부분엔 부정경쟁방지법을, 데이터 활용엔 저작권법을 적용해 법의 일관성도 지키지 못했다.

고은이/김주완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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