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근무지를 이탈 중인 전공의들이 휴가, 병가 등 ‘부득이한 사유’를 소명할 경우 이탈 기간 일부를 수련 기간으로 인정해줄 수 있다는 방침을 새로 내놨다. 병원에 복귀한 전공의에 대해선 전문의 자격 취득 지연 등 이탈에 따른 불이익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으로, 전공의들의 복귀를 유도하기 위한 ‘당근책’으로 풀이된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개인별로 차이는 있지만 오는 20일이면 이탈한 지 3개월이 된다”며 “부득이한 사유로 휴가, 휴직한 경우에는 그 사유를 수련병원에 제출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달라”라고 말했다.
전 실장은 “수련 공백 기간만큼 추가 수련이 필요하고, 전문의 자격 취득이 1년 늦춰질 수 있어 진로에 불이익이 생길 수 있다”며 “휴가 등 여러 가지 상황이 생겨 부득이하게 수련받지 못하는 경우엔 최대 30일까지 예외로 인정해 주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오는 20일이 전공의 복귀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의 수련 규정 및 시행규칙에 따르면 전공의 수련에 한 달 이상 공백이 발생하면 그 기간만큼 추가 수련을 받아야 한다. 전공의가 수련을 받지 않은 기간이 3개월을 넘으면 그 해 수련을 마치지 못해 전문의 자격 시험 응시가 1년 늦어진다.
전공의 1만여명은 정부의 의대 증원 결정에 반발해 지난 2월20일을 전후로 병원을 떠났다.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난 오는 20일이 지나서도 복귀하지 않으면 내년 초 전문의 시험을 앞둔 레지던트 3·4년차는 2026년 초가 돼서야 전문의 시험을 볼 수 있다.
정부가 부득이한 사유 소명을 전공의들에 제안한 것은 사실상 5월말까지를 복귀의 ‘마지노선’으로 제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의 수련 규정엔 휴가 또는 휴직 등 부득이한 사유로 1개월 이상 수련받지 못한 전공의는 1개월을 제외한 기간만큼 추가 수련을 받을 수 있다. 실제 수련 공백이 3개월을 초과했더라도 그 기간 중 휴가로 처리한 기간 은 수련 기간으로 인정해준다는 것이다. 실제 휴가로 인정 받을 수 있는 기간이 10일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5월말이 현실적인 복귀 시한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전 실장은 “집단행동으로 인한 근무지 이탈 이 부분은 부득이한 사유로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3개월 중에 부득이하게 사유가 발생한 부분을 소명하게 되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정부는 5월말까진 전공의 복귀를 최우선 목표로 두고 유화책을 제시하는데 집중할 전망이다. 전날 법원의 의대 증원 집행정지 항고심 각하·기각 결정에 대해 의대 교수 단체가 집단 휴진 등을 거론하는 등 분위기가 격앙된 상황에서 불필요하게 의사 집단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와 의료계에선 전공의 복귀 시한이 끝난 6월부턴 이탈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조만간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새 지도부와 지난 3월 내놨던 전공의에 대한 '유연한 처분'의 조정 방향 등에 대해 논의할 전망이다.
일각에선 의대 증원이 확정되고, 전공의 이탈로 대규모 적자를 보고 있는 상급종합병원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해야 하는 시점에서 행정처분을 무기한 늦출 순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5월말까지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에 대해선 복귀 가능성을 배제하고 의료체계를 새로 짤 수 있다는 이야기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