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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무비 영광 어디로…'칸영화제 경쟁 부문 0편' 굴욕 [김예랑의 무비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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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시네필들의 축제이자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제77회 칸국제영화제가 지난 14일 개막해 오는 25일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올해 한국 영화 출석률은 저조해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칸 영화제는 전 세계 영화계의 이목이 쏠리는 대표적인 영화제다. 1946년에 시작된 후 국제 영화 산업의 중요한 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베를린, 베네치아 국제 영화제와 함께 3대 영화제로 꼽힌다. 때문에 칸 영화제에 초청받은 작품들은 각국을 대표하는 영화로서 각국 영화산업의 영향력과 경쟁력을 가늠하게 한다.

이번 칸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는 많은 자리를 확보하지 못했다. 칸 영화제의 '꽃'이라 불리는 경쟁 부문 진출작은 '0편'이다. 올해 이 영화제에서 볼 수 있는 한국 영화는 장편 2편, 단편 1편에 그쳤다.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2'가 그나마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돼 한국 영화의 면을 살렸다. 미드나잇 스크리닝은 독창적이고 실험적이거나 대중적인 흥미를 끄는 장르 영화를 소개하는 자리다. 프리미어 상영을 통해 국제적으로 첫 상영을 갖고 늦은 시각에도 열정적인 영화 팬들과 관계자들과 함께 작품에 대해 교류하는 장이 되기도 한다.

'베테랑2'는 20일 밤 12시 30분(현지시각) 뤼미에르 대극장(GRAND THEATRE LUMIERE)에서 진행되는 미드나잇 스크리닝을 통해 전 세계 최초 공개된다.

이 영화는 나쁜 놈은 끝까지 잡는 베테랑 서도철 형사(황정민)의 강력범죄수사대에 막내 박선우 형사(정해인)가 합류하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연쇄살인범을 쫓는 액션 범죄수사극이다. 1341만 관객을 모은 영화 '베테랑'의 속편으로 지난 4월 11일 칸 영화제 초청작 공식 발표 당시 올해 유일한 한국 영화로 초청되어 화제를 모았다.

액션 키드로서 대한민국 장르 영화를 일궈온 류승완 감독이 2005년 작 '주먹이 운다'로 국제 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한 이후 칸 영화제에 오랜만에 초청된 것이라 전 세계 영화 관계자들의 이목을 끈다.

영화 상영에 앞서 진행되는 레드카펫에는 서도철 형사 역의 황정민과 막내 형사 박선우 역의 정해인, 류승완 감독이 참석한다. 황정민은 지금까지 칸 영화제에 초청된 '달콤한 인생' (비경쟁부문/2005년), '곡성'(비경쟁부문/2016년), <공작>(미드나잇 스크리닝/2018년)으로 초청된 바 있다. 그는 '베테랑2'를 통해 '공작'에 이어 두 번째 칸 레드카펫을 밟게 됐다.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의 삶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청년, 동호'는 칸 클래식 부분의 초청을 받고 지난 16일 시사회를 열었다. 김 전 위원장은 국제신문을 통해 "올해로 칸 영화제 방문은 25번째인데 다른 때와는 달리 개막 전날 한숨도 못 잤다"고 소감을 전했다.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은 이번 작품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 영화 부문을 상영하는 라 시네프에는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재학생인 임유리 감독의 단편 '메아리'가 초청됐다. 이 영화는 술 취한 청년들에게 쫓겨 마을 뒤 금지된 숲으로 도망쳐 들어온 주인공이 몇 년 전 옆 마을 영감에게 시집간 앞집 언니가 여전히 혼례복을 입고 있는 모습을 만나게 되면서 가부장제와 관습의 속박에 얽매인 여성들의 삶의 진실이 밝혀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임 감독은 "자신이 아는 세상을 깨고 담대하게 앞으로 나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었는데 그 마음이 프랑스까지 닿았다니 기쁘다"며 "이번 기회를 동력 삼아 좋은 작품을 많이 만들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칸이 뭐길래…경쟁 진출 0편, 韓 영화의 위기 방증?
황금종려상을 두고 경합을 벌이는 칸 영화제의 경쟁 부문은 국제적인 주목을 받을 기회인데 한국 영화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경쟁 부문에 초청받지 못했다.

앞서 2000년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을 시작으로 한국 영화는 2년에 한 번꼴로 경쟁 부문에 자리를 차지해 왔다.

2004년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홍상수 감독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두 편이 경쟁 부분에 이름을 올린 데 이어 2007년 이창동 감독의 '밀양', 김기덕 감독의 '숨',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시'와 임상수 감독의 '하녀', 2012년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와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이 오른 바 있다.

2017년에도 봉준호 감독의 '옥자', 홍상수 감독의 '그 후', 2022년에도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가 나란히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일각에서는 칸 영화제 경쟁 진출 '0편'은 팬데믹 이후 영화 산업의 침체에 따른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반면 단지 칸 영화제 진출 유무를 두고 한국 영화의 위기론까지 언급하는 것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칸이 뭐라고.' 칸 영화제 진출이 영화의 작품성과 직결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교롭게 현재 국내 영화산업의 어려움이 이번 영화제에서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라는 분석이다.

칸 국제영화제에서 매해 진행되던 '한국 영화의 밤' 행사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폐지됐다. 현재 영화진흥위원회는 4개월째 위원장 공석 상태로 운영 중이다. 차세대 감독, 배우의 등용문인 독립영화와 지역 영화제는 정부의 예산 축소로 설 자리가 좁아진 상황이다.

김동현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에 따르면 정부 지원을 받는 지역 영화제의 수는 지난해 41개에서 올해 10개로 75% 축소됐다. 작은 영화제는 '포스트 봉준호'를 꿈꾸는 신인 감독들에게 관객과 만날 소중한 기회다.

영화인들은 한국 영화 발전의 시스템이 무너진 것이 아닌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관계자는 "칸 영화제 특성상 특정 감독을 편애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른바 '칸의 총아'라 불리는 박찬욱, 봉준호 감독 등의 작품이 부재하고 송강호와 같은 세계적으로도 인정받을 만한 연기력의 배우가 아직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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