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자리를 놓고 더불어민주당에서 경쟁 중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6선)과 우원식 의원(5선)이 경선 전날까지도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 마케팅'을 이어갔다.
우 의원은 15일 김어준 씨 유튜브에 나와 “이 대표가 ‘국회는 단호하게 싸워도 되지만 한편으로 안정감 있게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점에서 우원식 형님이 딱 적격이죠’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추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3일 같은 방송에서 “(이 대표가) 다른 후보들 말고 저에게만 ‘잘해달라’ 말했다”고 강조한 데 이어 우 의원도 명심이 자신에게 있음을 내세운 것이다.
앞서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의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친명(친이재명)계 조정식 의원(6선)과 정성호 의원(5선)을 잇달아 접촉해 추 전 장관으로 단일화를 촉구했다. 이후 두 의원이 경선 후보직을 자진 사퇴하면서 ‘명심’이 국회의장 선거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우 의원과 추 전 장관이 명심 경쟁 중인 것도 이런 이유로 풀이된다.
친명계가 특정 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것을 두고 당내에선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우상호 의원은 지난 13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대한민국 권력 서열 2위 자리인 국회의장 후보 선거에 이 대표, 박 원내대표 등이 관여했다면 심각한 문제”라며 “5선, 6선 중진 의원이 출마했다가 중간에 드롭(낙마)하는 모양을 보면서 자괴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우원식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추 전 장관의 ‘내가 명심’이라는 발언은 유치하다”면서도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고, 당 기본사회위원회의 주축인 내가 바로 ‘찐명’ 아니겠나”라고 했다. 이어 “민심의 물꼬를 어떻게 틀 것인지를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해 그동안 굳이 명심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의장 자리를 두고 명심 경쟁이 격화하자 여권에선 22대 국회에선 의장의 정치적 중립 의무가 지켜지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일찌감치 추 전 장관은 “국회의장은 중립이 아니다"라며 노골적 편들기를 선언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민주당이 각종 입법 과정에서 속도전을 치르기 위해 입맛에 맞는 의장을 추려내고 있다"며 "향후 국회에서 직권상정 남용과 강행은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정상원 기자 top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