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지역주택조합 제도 개선 요구
15일 업계와 지자체에 따르면 국토부는 이달 지자체 정비사업 담당자를 모아 지역주택조합 제도 개선안 마련을 위한 의견수렴을 한다.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했다가 손해를 본 조합원이 늘어나고 있는 데다 장기 사업 파행으로 부동산 연쇄 위기가 가속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서울에서만 지역주택조합 추진 사업지는 100곳을 웃돈다. 국토부 관계자는 “우선 지자체 담당자로부터 현장 상황과 의견을 들어본 뒤 종합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지역주택조합은 같은 지역에 거주하는 무주택자나 소형주택 소유자들이 모여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을 마련하기 위해 결성하는 사업 방식이다. 일정한 자격 요건만 갖추면 청약통장 가입 여부와 상관없이 주택을 공급받을 수 있다. 부동산 가격 상승 시기 ‘내 집 마련’의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일부 사업장의 불법 모집과 사업 운영 등으로 피해자가 늘었다. 문제가 생겨도 지자체마다 대응이 다르고 관련 통계를 제대로 집계하지 않는 곳도 많다.
지자체에선 지역주택조합 제도의 대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일부 불법 사례 때문에 멀쩡한 사업장까지 대출 거부를 겪는 등 지역주택조합 시장 자체가 위태로운 상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광역지자체 정비사업 담당자는 “땅을 법적 기준에 맞춰 95%를 확보하고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거절돼 멈춘 사업장도 있다”며 “제도 자체의 안정성을 높여야 양호한 현장이 정상적으로 굴러갈 수 있다”고 했다.
지자체별로 다른 사업 규정을 통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서울 부산 등 지자체별로 규정이 달라 조합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며 “주택법 등을 통해 일괄적으로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토지 소유권 확보 비율 현실화 필요
경기 남부의 한 지역주택조합은 대출 거부와 인허가 반려가 겹쳐 조합원이 여러 차례 추가 분담금을 납부하며 사업을 연장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업무대행사가 사업 무산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대출받아 분담금을 납부한 조합원의 줄파산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에선 이 같은 피해에 대해 제도 자체와 관리 소홀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 지역주택조합 업무대행사 대표는 “일부 불법 업무대행사 때문에 제도 자체에 대한 인식이 나빠졌고, 이젠 정상 사업장에서도 대출이 안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정부가 멀쩡한 사업장에는 정상화를 지원해야 주택이 제때 공급될 수 있다”고 말했다.지자체는 지역주택조합 사업시행자(업무대행사)의 자본금 기준 확대, 복잡한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 사업 정상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불법 조합원 모집 등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선 조합 탈퇴 요건 완화와 추가 분담금 규제 강화 등이 거론된다.
업계에선 95%에 달하는 토지 소유권 규정을 민간 아파트 사업과 같은 90% 정도로 완화하는 방안과 사업시행자의 자본 비율 규정 강화, 철저한 사업 진행 관리 등을 필요한 대책으로 꼽았다. 토지 소유권 확보 비율에 대해선 다른 정비사업과의 형평성을 강조했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다른 재건축·재개발 방식은 80%만 토지를 확보해도 나머지에 대한 매수청구권을 사용할 수 있다”며 “지역주택조합은 조건이 까다로워 도중에 무산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