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3기 신도시 가운데 사업 추진 속도가 가장 빠른 인천 계양지구 A2·3블록이 오는 9월 본청약을 시행한다. 일정이 당초 계획보다 11개월 밀렸다. 2021년 10월 사전청약을 받은 경기 군포 대야미지구 A2는 본청약 시기가 올해 4월에서 2027년 상반기로 3년 늦춰졌다. 정부가 3년 만에 공공부문 사전청약 제도를 폐지하기로 결정한 건 이처럼 전국 곳곳에서 사업 지연 사례가 잇따르며 ‘희망고문’ ‘무용론’ 등의 비판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사전청약, 3년 만에 역사 속으로
국토교통부는 공공 사전청약 신규 시행을 중단한다고 14일 발표했다. 민간 부문 사전청약은 2022년 11월부터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전청약은 지구단위계획이 승인된 직후 이뤄진다. 착공 단계에서 시행되는 본청약에 비해 계약자 모집 시기가 1~2년 더 빠르다.사전청약 단지에서 택지지구 조성 지연으로 본청약과 입주가 제때 이뤄지지 않는 일이 끊이지 않았다. 맹꽁이 발견(의왕 월암), 문화재 발견(남양주 진접), 송전선로 이설 문제(군포 대야미) 등 사유는 다양하다.
사전청약은 2009년 이명박 정부 때 도입됐다가 2011년 폐지됐는데, 2021년 문재인 정부에서 부활했다. 부작용이 불 보듯 뻔하다는 지적이 잇따랐지만, 주택 수요를 분산해 집값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재도입했다. 2021년 사전청약을 진행한 단지의 본청약 시기가 올해 하반기 속속 도래하면서 사업 지연 잡음이 일자 사전청약 제도를 없애기로 결정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2021년 7월부터 작년 12월까지 전국 99개 단지에서 약 5만2000가구가 사전청약을 했다. 이 가운데 13개 단지는 본청약이 완료됐다. 나머지 86개 단지, 약 4만5000가구는 본청약을 앞두고 있다. 99개 단지 중 예고한 시점에 본청약이 이뤄진 곳은 양주 회천 A24(825가구) 한 곳이다.
7개 단지 본청약, 6개월 이상 지연
사업 지연은 고스란히 사전청약 당첨자의 피해로 이어진다. 본청약 일정에 맞춰 계약금을 치르기 위해 전세금을 빼거나 대출을 받아 놓은 당첨자가 적지 않다. 이들의 자금 계획이 꼬이고 이자 비용 등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사전청약 당첨을 유지하려면 입주할 때까지 무주택자 자격을 갖춰야 한다. 이 제도가 ‘전세 난민’을 양산한다는 비판을 받은 이유다.최종 분양가가 사전청약 당시 추정치에 비해 훌쩍 뛰는 사례도 많다. 금융비용과 자재값 등이 오르고 있는 요즘엔 더욱 그렇다. 당장 인천 계양 A2·3의 분양가도 2021년 사전청약 당시와 비교할 때 1억원 뛸 전망이다. 이 같은 이유로 사전청약 당첨자의 본청약 계약률은 54%에 그친다.
정부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앞으로 본청약 예정 단지를 전수조사해 계획보다 일정이 밀릴지 여부를 살펴볼 계획이다. 올해 9~10월 본청약 예정단지 조사를 먼저 진행한 결과, 7개 단지(남양주 왕숙2 A1·3, 과천 주암 C1·2, 하남 교산 A2, 구리 갈매역세권 A1, 남양주 왕숙 B2)에서 6~24개월 정도 지연이 예상된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정부가 사전청약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앞으로 공급되는 공공주택은 모두 본청약으로 나오게 됐다. 올해 수원 당수, 파주 운정3, 성남 금토 등에서 약 1만2000가구(22개 단지)가 본청약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