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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선희의 미래인재교육] AI 혁명이 초래한 대학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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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입 시험 SAT 응시자가 줄고 있다.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후 급락한 출생률로 대입 학령인구가 줄어든 데다 미국 젊은이들 사이의 ‘대학 무용론’으로 대학 진학률 자체가 떨어졌다. 미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16년까지 고교 졸업자 70% 이상이 대학에 진학했지만 2019년 66.2%, 2023년 62%까지 하락했다.

지난해 갤럽 여론조사 결과 미 고교생 66%가 대학 졸업장이 없어도 괜찮다고 응답했다. 미국 Z세대는 사무직보다 기술직을, 대학 학위보다 자격증을 선호하는 추세다. 이는 인공지능(AI)이 사무직을 대체하면서 기술직 채용률이 증가하고 3D 블루칼라 직종 임금이 상대적으로 상승하는 노동시장 변화에 기인한다. AI 시대 노동시장 변화에 따라 점점 더 많은 젊은이가 대학 졸업장보다 높은 임금이 보장된 기술직 취업을 택하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작년 한 해 미국 직업훈련학교 지원율은 16% 이상 증가했다.

AI 시대 대입 지원자가 줄어드는 또 다른 이유는 대학이 젊은 세대를 기업 수요에 맞게 교육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구글, 애플 등은 기술 인증서를 대학 학위와 동일하게 취급하겠다고 공표했다. 앞으로 점점 더 많은 기업이 대졸 여부보다 ‘기술 기반 채용(skill based recruitment)’으로 전환할 것이다. AI 기술 발달로 기존 대학 교육이 유용성과 필요성을 모두 잃어버린 것이다. 미국 대학은 노동시장 변화와 기업 채용 방침 변화로 지금껏 겪지 못한 지원자 감소라는 ‘양적 위기’와 AI 시대에 필요한 교육을 제공하지 못하는 ‘질적 위기’에 봉착했다. 위기 탈출을 위해 미국 대학들은 온라인 전환을 통한 비용 절감, 최첨단 기술을 이용한 맞춤 학습, 기존 대학과 차별되는 획기적 커리큘럼 등 끊임없는 혁신을 시도 중이다.

한국 대학도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편중 등 총체적 위기에 처했지만, 미국처럼 AI 혁명으로 기존의 대학 질서가 흔들리는 국면에 도달한 것은 아니다. 10여 년 전부터 한국과 비슷한 위기를 미리 겪은 일본 대학은 외국인 유학생 유치, 지방기업과의 연계, 대학 간 통폐합, 평생교육 전환 등을 통해 위기를 타파해왔다. 한국은 일본과 비슷한 방식의 타개책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는 대학의 양적 위기에 대한 대처일 뿐, AI 혁명으로 야기될 질적 변화에 대한 대응은 부족하다. 특히 미국 대학의 온라인화는 조만간 대학의 ‘국경 없는 경쟁’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해외 유학생 유치도 미국 대학과 경쟁하는 상황이 될 것이고, 국내 학생의 미국 대학 지원도 급증할 수 있다. 한국 대학의 질적 혁신을 요구하는 새로운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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